4점 리드에서 통산 2경기 신인 투수를?...투타 안 가리는 '서튼호' 실험정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5.19 11: 12

래리 서튼 롯데 신임 감독의 실험은 투타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 롯데는 4-3으로 승리를 거두며 2연패를 끊었다. 다만 승리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롯데는 6회까지 4-0으로 리드를 하고 있었다.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6이닝 110구 1피안타 3볼넷 12탈삼진 무실점 역투와 지시완, 이대호의 홈런포 2방 등으로 중반까지 주도권을 잡았다.

9회말 롯데 서튼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sunday@osen.co.kr

그런데 롯데 벤치는 4-0의 다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올해 2경기만 등판했고 지난 11일 서튼 감독 부임과 함께 1군에 콜업된 신인 우완 정우준(21)을 투입했다. 
최준용의 어깨 부상 이탈로 필승조가 헐거워진 상황이다. 질과 양적으로 모두 부족하다. 1이닝을 막아줄 수 있는 필승조는 현 시점에서 사실상 김대우 밖에 없었다. 타자들에게 좀 더 유리한 KBO리그에서 4점 차는 넉넉한 리드가 아니다. 
필승조 재편이 시급했다. 그렇다고 해도 정우준 투입은 파격이었다. 연패 탈출과 탈꼴찌가 시급했다. 앞선 2경기에서 2⅓이닝 무실점 1피안타 1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 기록을 남겼지만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들이었고 접전 상황에서는 첫 등판이었다.
결과는 실패다. 정우준은 선두타자 정진호에게 좌전 안타, 라이언 힐리에게 좌선상 2루타, 노수광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경기 분위기가 급변했고 필승조인 김대우를 급히 호출했다. 김대우도 분위기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무사 만루에서 임종찬에게 2타점 적시타, 대타 이성열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4-3까지 쫓겼다. 롯데 불펜 상황에서 1점의 리드는 불안했다.
정우준의 등판 자체는 실패로 귀결됐지만 팀은 1점 차를 지키며 승리했다. 생채기는 크지 않았고 후유증도 오래가지 않을 경기로 남게 됐다.
이미 서튼 감독은 타선에서 이전과 다른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고 최하위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최상의 라인업 조합을 찾고 있다. 정체 됐던 선수단 운영이 활기를 띠고 2군 선수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기존 1군 선수들의 커리어와 역량을 인정하면서 투타에서 많은 2군 선수들을 불러올려 1군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군 감독을 맡으며 2군 선수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당장 성적이 극적으로 바뀐다는 보장은 없지만 프런트의 방향성을 현장이 수행하고 있는 과정이다.
타선에서는 변화의 효과가 있다. 지시완과 나승엽이 올라와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신인 나승엽은 5경기 타율 4할2푼1리(19타수 8안타) 2타점 OPS .950으로 활약하고 있다. 포수 지시완도 그동안의 논란을 불식시키듯 9경기 타율 4할1푼2리(17타수 7안타) 1홈런 2타점 OPS 1.059를 기록 중이다. 지시완은 특히 18일 한화전에서 이적 이후 첫 홈런과 9회 결정적인 2루 도루 저지에 성공하며 승리 주역이 됐다.
이날 필승조 투입 상황에 신인 정우준을 투입한 것 역시 실험의 연장성이다. 실패보다는 과정과 방향성을 함께 내다보고 있다. 신인이지만 2군에서는 선발로 뛰면서 기대를 모았고 구단에서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현재 1군에 함께하고 있는 좌완 박재민, 송재영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 장차 롯데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이다. 1군 무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를 현재 테스트하고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1군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가 캠프와 시범경기 기간이라고 봐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만약 전날 같은 상황을 정우준이 막아냈다면 롯데는 새로운 필승조 후보를 한 명 발굴하는 것이다.
앞으로 서튼 감독의 다양한 실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투타의 ‘뉴페이스’ 기용은 물론 이대호의 3번 배치, 야수진의 순환 휴식도 이전 롯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과연 ‘서튼호’의 실험 결과 리포트는 어떤 결과들을 담게 될까. /jhrae@osen.co.kr
SSG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2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SG는 4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감독 교체 이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8회초 롯데 정우준이 역투하고 있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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