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 FA 투수 이용찬의 행선지는 결국 NC 다이노스였다. 원소속 구단 두산은 이용찬의 계약에 시간 여유를 갖고 소극적인 자세였다. NC는 다른 잠재적인 팀이 영입전에 뛰어들기 전에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다.
NC는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이용찬에 관심을 갖기는 했다. 그러나 보상 선수 문제, 이용찬의 재활 복귀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을 뺐다.
최근 4~5일 사이에 NC 내부 분위기가 이용찬 영입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이동욱 감독은 “최근 4~5일 전에 김종문 단장과 이용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감독실에서 일상적인 단장과 감독의 대화 도중 이용찬이 언급됐다.

이 감독은 투수 이야기를 하다가 김 단장에게 “이용찬은 어떻습니까, 다른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나요”라고 말을 건넸다. 김 단장은 “선수와 에이전트를 만나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서로 공감대를 나눴고, 김 단장을 곧바로 움직였다. 김 단장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이용찬과 에이전트를 만나 3+1년 최대 27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20일 오전 이용찬이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세부 조건에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NC 고위 관계자는 다른 팀의 움직임을 경계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NC는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삼성의 외국인 투수 라이블리가 수술을 원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라이블리가 수술이 아닌 재활 치료를 한다고 해도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흐를 전망이다.
삼성 외에도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팀이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가 개막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수준급 선수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자가 격리를 고려하면 계약 후 팀 합류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투수 보강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미계약 FA인 이용찬을 영입하는 것이다.
NC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교체보다 더 쉬운 투수 보강이 이용찬 영입이 아니겠는가”라며 다른 팀들이 움직이기 전에, 속전속결로 영입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수요가 많아지면 몸값도 올라가기 마련. 이용찬의 계약 조건은 계약금 5억원을 포함해 보장액 14억원이다. 옵션이 13억원. NC 관계자는 “옵션이 모두 따내기는 힘들지 않겠나, 연평균 5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샐러리 캡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는 정상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이용찬을 보강했다.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여전히 재활 과정에 있다. 최근 불펜 피칭에 들어갔는데, 1군 마운드에 복귀하는 시기는 종잡을 수 없다. 이재학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송명기가 부상에서 복귀를 앞두고 있고 신민혁, 김영규 영건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용찬이 가세한다면 한결 선발진이 두터워진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벌어질 후반기 든든한 지원군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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