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닌 공룡 택한 이용찬, 두산과의 협상 과정은 어땠나 [오!쎈 이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21 10: 09

유일한 FA 미계약선수 이용찬(32)의 행선지는 원소속팀 두산이 아닌 NC였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20일 오후 “FA 신분인 이용찬과 계약기간 3+1년 최대 27억원에 계약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5억원, 보장 14억원, 옵션 13억원 규모이며, 계약 4년차인 2024년은 서로 합의한 조건을 달성할 경우 실행된다.
2007년 두산 1차 지명을 받고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이용찬은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재활 진행 과정에서 FA를 선언하는 결단을 내렸다. 몸 상태를 회복할 경우 충분히 이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두산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신한은행 MYCAR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세스 후랭코프의 호투와 박건우의 투런홈런 등 4회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5-0으로 승리했다. 세이브를 기록한 두산 이용찬이 기뻐하고 있다./youngrae@osen.co.kr

그러나 역으로 장기 재활이 개막 이후에도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급할 것 없는 원소속팀 두산과 이용찬 에이전트와의 협상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이뤘고, 결국 양 측은 재활 후 온전한 투구가 가능해지는 시점인 3월말부터 다시 연락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용찬 역시 건강한 상태서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 받길 원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4월 이용찬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휘문고, 성균관대,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등의 도움을 받아 실전투구를 실시했고, 최근 등판이었던 14일 파주 챌린저스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까지 나왔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몇몇 구단들의 관심이 더해졌고, 결국 최종 행선지로 두산이 아닌 NC를 택했다.
두산 김승호 운영부장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용찬 측과는 2월 17일 만남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 협상하지 않았다”며 “당시 그 쪽에서 우리 제안을 받지 않고 쇼케이스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우리도 쇼케이스 이후 불펜투구가 되는 단계에서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찬의 전반기 투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두산은 이용찬의 쇼케이스가 끝나는 대로 잠실구장에서 불펜피칭 일정을 잡으려 했다. 지난주 에이전트로부터 먼저 불펜피칭 준비가 됐다는 연락이 왔고, 두산도 일정을 조율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NC의 영입 제안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김 부장은 “어제(19일) 저녁 다시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와서 우리 구단의 제시액을 듣고자 했다. 우리는 여전히 불펜피칭을 본 뒤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는데 이미 NC와 이야기가 된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용찬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선수였다. 실제로 금액도 제시했다. 선수가 FA 시장에 혼자 남았으니 옵션 부분에서 합의를 하고 계약하는 쪽으로 추진했는데 그 쪽에서 쇼케이스를 하겠다고 하니 우리가 더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수원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더욱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19일 저녁 휴대전화에 뜬 이용찬의 이름을 보고 타 팀 이적을 직감한 김 감독은 “선수는 당연히 많으면 좋다. 용찬이가 올 경우 어떻게 팀을 꾸릴지 구상도 해봤다”며 “계약이 원만하게 잘 됐으면 좋았을 텐데 선수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이제 두산은 NC로부터 보상선수 명단을 넘겨받고 제2의 이형범을 물색한다. 명단 확인 후 구체적인 지명 전략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김 감독은 “아마 중고참 중 1~2명 정도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한편 다이노스맨이 된 이용찬은 21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NC 선수단과 첫 인사를 나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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