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가 좋지 않다는 편견이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있었고 1군 콜업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편견이 지배하고 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편견을 깨부수는 두 번째 케이스로 투수 윤성빈(22)을 낙점했다.
부임 이후 다양한 라인업 실험과 활발한 1,2군 선수단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래리 서튼 감독. 그리고 잘못된 편견 속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선 선수들에게 모두의 생각을 바꾸고 편견을 깨뜨리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포수 지시완이 대표적이다.
지시완은 전임 감독 체제에서 ‘수비가 안좋다’,’반쪽짜리 선수’ 등으로 공격에 비해 수비가 좋지 않은 선수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표현의 결에 따라 뉘앙스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편견은 롯데 이적이 후 지시완의 선수 커리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사진] 롯데 윤성빈.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1/05/21/202105210950773450_60a704a369da2.jpg)
하지만 서튼 감독이 1군 감독을 맡자마자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지시완은 ‘수비 불안’의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 블로킹, 프레이밍 등 모두 준수하고 안정적이었다. 특히 도루 저지에서 4할2푼9리(도루 4개 허용/3개 저지)의 높은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며 상대팀의 기회를 억제하고 있다. 기존 1군에서 기회를 많이 받았던 김준태는 리그 최다 도루 허용(27개)에 도루 저지율 2할5푼에 불과하다. 지시완은 수비가 절대 약하지 않은 포수라는 것을 과시하고 있고 자신에게 둘러싸인 편견도 극복해나가고 있다.
투수 파트로 시선을 돌릴 경우 윤성빈이 있었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윤성빈은 롯데가 애지중지하며 키우고 있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입단 이후 1년 간 어깨 재활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2018년 초반 선발진에 센세이션을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하지만 통산 19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6.88을 기록하고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제구가 역시 문제였다. 1군 51이닝 동안 4사구는 42개(볼넷 39개, 사구 3개).

방황의 시간이 길어졌다. 2019년에는 이례적으로 시즌 중 일본 지바 롯데 단기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 센터의 교정을 받는 등 윤성빈의 하드웨어와 강속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팔꿈치 통증을 완화하고 체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구폼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고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유의미한 성과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구가 좋지 않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9월 치른 6경기에서 6⅓이닝 3피안타 5볼넷 3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2.84로 좋은 페이스를 보였다. 보넷 수치가 유의미하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시기였고 1군에서 테스트를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군에서의 콜업 추천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윤성빈은 1군에 콜업되지 못했고 ‘제구 불안’의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즌을 끝냈다.
올해도 팔꿈치 통증으로 다소 시즌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3경기 3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서튼 감독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윤성빈이 성장하고 바뀌어가는 과정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2군에서 가장 열심히, 성실히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과정이 길어지고 있지만 코치들이 그의 운동신경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심플하게 지도하고 있다.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만의 메카닉을 찾는 과정으로 2군 코치들이 잘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튼 감독은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딜리버리 유지다. 몸이 너무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메카닉으로 던져야 컨트롤을 비롯해 여러 부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 “1군 콜업은 윤성빈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콜업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윤성빈을 전격 콜업했다. 서튼 감독은 “엔트리 변동의 로드맵은 따로 없다. 감독으로서 기대가 된다”면서 그동안 꾸준하게 준비를 해온 윤성빈에게 기회를 줬다.
지시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완벽하게 깼다. 윤성빈도 같은 상황이다. 기회를 살리고 편견을 깨뜨리는 것은 이제 윤성빈의 몫이다. 서튼 감독은 윤성빈에게 편견 타파의 판을 깔아줬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