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타자' 강백호(22·KT)가 정말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안타 4개를 맞더라도 전부 단타라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강백호의 위엄이 대단하다.
한화는 21일 대전 KT전에서 강백호 타석 내내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3루 베이스를 비워둔 채 우측으로 수비수들을 옮겼다. 1회 첫 타석에서 강백호의 타구가 우익수 앞쪽 외야에 위치한 하주석 앞으로 향하면서 시프트가 통했다.
하지만 6회 3번째 타석은 통하지 않았다. 기습 번트를 대비해 투스트라이크가 되기 전까지 3루수 노시환이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그러자 강백호는 3유간 가르는 좌중간 안타로 시프트를 무력화했다. 정상 위치였다면 유격수 정면으로 향할 타구였다.

한화는 8회 강백호의 마지막 타석에서 '외야 4명' 시프트를 가동했다. 유격수 하주석이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 우중간에서 외야수들과 같은 라인에 섰다. 3루를 완전히 버린 채 내야수들이 모두 우측으로 붙었다. 강백호가 헛스윙 삼진 당하면서 성공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파격 시프트였다.

한화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강백호에게 계속 시프트를 건다. 롯데도 한화처럼 3루를 아예 버린 극단 시프트를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에서 강백호는 1회, 4회 두 타석 연속 3루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롯데는 강백호 시프트를 풀지 않았다. 장타를 맞을 바에야 단타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번트로 안타를 주는 건 괜찮다. 강백호의 장타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대부분의 강백호 타석에 시프트를 할 것이다. 홈런이나 장타가 아닌 단타라면 안타를 줘도 괜찮다. 어차피 번트 안타는 1루밖에 못 간다. 득점이 나기 위해선 다음 타자들이 안타 2~3개를 쳐야 한다"며 강백호의 장타를 억제하는 데 시프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 수베로 감독은 "강백호 같은 리그 최고 타자를 장타가 아닌 단타로 막는다면 수비 입장에서 시프트 성공이다. 번트 안타는 개의치 않는다. 1~2점차에 이닝 선두타자이거나 동점 또는 역전 주자가 있을 때는 3루수가 베이스를 어느 정도 커버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이 아니면 번트 안타를 줘도 좋다. 장타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시프트 가치가 있는 것이다"며 "극단적으로 말해 강백호에게는 한 경기 4타수 4안타를 맞더라도 전부 단타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21일까지 강백호는 38경기에서 147타수 61안타 타율 4할1푼5리 5홈런 42타점 21볼넷 20삼진 출루율 .480 장타율 .585 OPS 1.065를 기록 중이다. 리그 유일의 4할 타자로 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1위, OPS 3위, 장타율 5위에 올라있다. 지난달 7일 수원 LG전부터 최근 36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가며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82번의 출루에도 불구하고 강백호는 18득점에 그치고 있다. KT 후속 타자들이 강백호를 홈에 불러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4번 타순에서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 등이 제 몫을 못한 탓.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대 팀들의 강백호 시프트는 더욱 과감해질 수 있다. 물론 강백호라면 홈런으로 이를 무너뜨릴 힘이 있다. 시즌 초반 홈런 페이스가 더뎠지만 최근 10경기 3개로 본격적인 대포 가동을 시작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