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다(I can do it)라는 생각을 가졌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는 올해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적은 보장 연봉을 받는다. 롯데와 총액 50만 달러(계약금 5만 5000달러, 연봉 24만 5000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해외 무대 도전을 택했다.
연봉은 선수의 가치이자 기대값이다. 연봉이 높을수록 기대치는 높아지고 적으면 기대치는 낮아진다. 프랑코는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보장 연봉이 가장 낮다. 한화 라이언 카펜터와 총액은 50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로 같고, 닉 킹험(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의 보장액 35만 달러보다도 낮은 30만 달러의 보장 연봉을 받는다.

155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을 구사하지만 가치가 낮아진 것은 구속에 비해 그리 위력적이지 않은 회전 수,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정교하게 파고드는 커맨드의 부재가 있었다. 또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으면서 실전 등판을 치르지 못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커맨드는 부족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강속구를 꽂아 넣을 수 있는 로케이션 형성 능력에 주목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이면 충분히 KBO리그에서도 가성비 외국인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달랐다. 새로운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모두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지난해 실전 등판을 하지 못하면서 떨어진 스태미너로 인한 경기 중후반의 제구 난조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3번을 기록했지만 그 외의 경기들에서는 5이닝 이하를 소화해야 했다. 1회도 채 마치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롯데는 프랑코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교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프랑코에게 믿음을 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부족한 스태미너는 경기를 치르면서, 그리고 효율적인 투구 패턴을 찾는다면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발전과 반등을 향한 프랑코의 의지는 대단했다. 지난 12일 SSG전 등판 이후 8일 간의 기간이 있었다. 이 기간 두 번의 불펜 피칭을 펼치면서 슬라이더 그립을 바꾸고 커브를 연마했다. 결실이 드러난 것이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6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4월 23일 수원 KT전(6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약 한 달여 만의 승리였다. 피안타는 5개가 있었지만 볼넷은 1개 밖에 없었다. 최고 구속은 156km를 찍는 등 구속 면에서는 그리 변화는 없었지만 올 시즌 최소 4사구 피칭이었다. 래리 서튼 감독도 경기 후 "프랑코가 멘탈적으로, 경기적으로 정말 준비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만난 프랑코는 “컨트롤에 초점을 맞추고 공격적으로 투구를 펼쳤다. 경기 플랜을 공격적으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더니 결과도 좋았다”면서 “포수 지시완과도 함께 소통하면서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섞어서 던졌다. 호흡도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멘탈적으로도 긍정적인 주문들을 스스로에게 되내었다.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프랑코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I can do it’이었다. 그는 “심플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압도적으로 던져야 겠다고 생각했고,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서 투구를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 긍정의 주문을 되내이면서 프랑코는 부진을 털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경기 중후반 흔들리는 이유인 부족한 스태미너 역시 “앞으로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하고 잘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스태미너도 점점 올라오고 있다”면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를 제외하면 선발진 상황이 온전하지 않은 롯데다. 이승헌과 김진욱 모두 부진과 부상 등으로 재조정 기간을 갖고 있고 베테랑 노경은도 부침을 거듭했다. 프랑코마저 계속 부진의 늪을 헤맬 경우 롯데는 끝없이 추락할 수 있었다. 그래도 프랑코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저 외국인 선수의 반전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