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 그리고 살얼음 승부. 대기록이 깨지자 경기장 공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두산 3루수 허경민(31)이 있었다.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초점은 한 선수에게 맞춰졌다. 롯데 선발 박세웅이 퍼펙트 게임을 펼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6회까지 박세웅은 단 한 명의 타자도 누상에 출루시키지 않았다. 퍼펙트였다. 박세웅의 투구로 롯데가 3-0으로 앞서고 있었고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7회부터 경기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단 퍼펙트 기록이 깨졌다. 선봉에 허경민이 섰다. 허경민은 7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박세웅의 2구 째를 공략해 깨끗한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박세웅의 퍼펙트를 깨는, 팀의 첫 안타였다. 허경민이 앞장서서 경기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6회까지 롯데와 박세웅의 시간이었다면 7회부터는 두산, 그리고 허경민의 시간이었다. 허경민의 안타 이후 김인태가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결국 박건우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한 뒤 뒤이어 김재환의 우전 적시타, 호세 페르난데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3 균형을 맞췄다.
두산은 역전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8회초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홍건희가 선두타자 한동희에게 볼넷 마차도에게 중전안타, 김준태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홍건희가 추재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정훈을 맞이했다.
정훈과의 승부는 길게 이어졌다.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개 연속 파울이 나왔다. 양 팀 모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던 상황. 그리고 8구 째 정훈이 타격한 공이 3루수 허경민 방면으로 강하게 깔렸다. 평소 수비 위치보다 전진해서 선상에 위치하고 있었음에도 허경민은 침착하고 재빠르게 타구를 잡았다. 이후 3루를 밟은 뒤 1루에 침착하게 송구했다. 병살타를 만들며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는 것을 막았다.
결국 허경민이 7회와 8회 공수에서 벌인 원맨쇼로 두산은 경기를 연장 승부까지 이어갔고 10회 연장 승부 끝에 장승현의 끝내기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계약기간 최대 7년 85억 원의 대형 계약으로 '종신 베어스맨'을 택한 허경민은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 역시 "7회말 팀 첫 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8회초 결정적인 더블플레이를 해준 허경민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