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 에이스의 기나긴 방황,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오!쎈 이슈]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25 10: 24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두산의 17승 에이스 이영하(24)가 4월 26일 말소 이후 좀처럼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태형 감독의 배려 아래 이천에서 지쳤던 심신을 회복 중인데 그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이영하는 두산 마운드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2016년 두산에 1차 지명된 그는 2018년 데뷔 첫 10승을 거쳐 2019년 29경기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미어12도 다녀오며 향후 한국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6회초 2사 1루 두산 선발 이영하가 교체되고 있다./ksl0919@osen.co.kr

17승의 좋은 기운은 이듬해 겨울까지 이어졌다. 2020년 1월 장기 대기에 따른 소집 면제로 병역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됐고, 곧바로 결혼에 골인하며 24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렸다. 기량이 절정인 순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 연봉협상에서 기존보다 1억원 인상된 2억7천만원에 도장을 찍으며 17승에 대한 보상도 두둑이 받았다.
그러나 2020시즌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양현종 선배처럼 외국인투수가 있어도 1선발로 나가겠다”는 당찬 목표와 달리 성적은 42경기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에 그쳤다. 거듭된 기복으로 8월말 함덕주와의 보직 변경을 통해 마무리 변신까지 시도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클로저로 처음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⅔이닝 4실점의 참사를 겪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플레이오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9회말 무사 1루에서 마운드를 방문한 두산 김태형 감독이 이영하를 격려하고 있다. /sunday@osen.co.kr
이영하는 오프시즌 연봉 삭감 칼바람(2억7천만원→1억9천만원)과 함께 다시 선발로 이동해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너무 의욕이 앞섰던 것일까. 1차 스프링캠프 도중 담 증세가 찾아오며 스케줄이 뒤로 밀렸고, 학교폭력 미투 사태 가해자 지목이라는 외부 변수까지 발생하며 심리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시즌 초반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11.40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17승을 거뒀던 투수의 2년 연속 방황에 사령탑도 답답할 노릇이다. 최근 만난 김태형 감독은 “과연 시간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2군 경기에 나가서 감을 잡는 게 좋을지, 아니면 처음부터 시키는 게 나은 건지 모르겠다”며 “몸이 멀쩡한 선수를 이렇게 놔두는 것도 아닌 것 같다. 2군에 계속 놔두면 결국 2군 선수가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다행히 오는 28일 퓨처스리그(LG전) 등판이 잡히며 1군 복귀 시기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실전 일정이 나왔다는 건 이제 어느 정도 힐링을 마쳤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고, 아직도 갈피를 못 잡는다면 1군에서 쓸 수 없다. 웬만하면 1군에 올리려고 하지만, 2군 경기를 보고 방향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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