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등판 시 타율 .421…두산 상승세 이끄는 쿠바산 ‘찐케미’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5.27 12: 14

절친 라울 알칸타라가 떠났지만 호세 페르난데스는 외롭지 않다. 올해는 같은 국적의 아리엘 미란다라는 새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쿠바 출신의 페르난데스는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 시절 영어도 많이 익혔지만, 그래도 스페인어가 훨씬 편하다. 이에 2019년 입단 당시 미국인 듀오 조시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와의 보이지 않는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그는 동료들보다 통역 최우진씨, 그리고 가족과의 영상통화에 의존하며 낯선 타지 생활을 적응해나갔다.
그런 페르난데스에게 2020년 반가운 친구가 나타났다. KT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알칸타라였다. 알칸타라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쿠바와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두 선수는 시즌 내내 희로애락을 나누며 중남미 케미를 발산했고, 이는 페르난데스의 2년 연속 안타왕(199안타), 알칸타라의 다승왕(20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알칸타라는 활약에 힘입어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향했다.

두산 새 외인 투수 미란다(오른쪽)가 자가격리를 마치고 훈련장에 합류한 페르난데스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rumi@osen.co.kr

올해도 재계약에 성공한 페르난데스는 또 다른 새 친구를 사귀었다. KBO리그 3년만에 같은 국적의 선수와 한 팀이 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좌완투수 아리엘 미란다로, 쿠바에서 야구를 하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이번 미란다의 두산행에도 페르난데스의 조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페르난데스는 스프링캠프 당시 “미란다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한국무대에서 순조롭게 적응해서 나와 함께 두산에서 오랫동안 뛰길 바란다”고 설렘을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에 앞서 두산 페르난데스와 알칸타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미란다의 한국 문화 선생님이다. 일본과 대만은 경험했지만, 한국은 처음인 미란다에게 지난 2년의 생활을 바탕으로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고 있다. 전날 만난 페르난데스는 “미란다가 한국이란 나라를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산이라는 팀의 시스템 및 코치, 동료와의 관계를 설명해주면서 친구가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미란다도 절친의 도움에 힘입어 9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25로 순항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페르난데스의 방망이는 미란다 등판날 더욱 매섭게 돌아간다. 올 시즌 미란다가 나선 9경기 성적은 타율 .421(38타수 16안타) 1홈런 8타점 4볼넷 9득점에 달한다. 9경기 중 무안타는 12일 잠실 키움전이 유일하며, 전날 잠실 한화전에서는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치렀다.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선수의 가장 큰 과제는 적응이다. 그 동안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고도 적응에 실패해 짐을 싼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면에서 외인들간의 케미는 적응 및 팀 전력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미 지난해 페르난데스와 알칸타라가 이를 입증했다. 
전날 한화전에서도 쿠바 듀오의 활약이 돋보였다. 미란다는 안정된 제구를 앞세워 6이닝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올렸고, 페르난데스는 5타수 4안타 4타점 맹타로 친구와 팀 승리를 도왔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두 선수의 동반 활약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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