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날씨에도 언더셔츠가 흠뻑 젖었고, 마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 부은 탓에 자신을 반겨주는 원정팬들의 함성소리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김민우(한화)의 시즌 6승을 향한 의지가 강했다.
김민우는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107구 역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10경기만에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인 6승을 달성한 그는 2015년 프로 입단 이후 처음으로 다승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백신 후유증 딛고 따낸 값진 승리

김민우는 원래대로라면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 선발투수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24일 화이자 2차 백신 접종 이후 후유증을 겪으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하루의 휴식을 더 부여받았다.
사실 이날도 몸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후유증 여파 때문인지 직구 제구와 밸런스가 동시에 흔들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베테랑포수 최재훈의 노련한 리드 속 이를 극복하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완성했다.
김민우는 “백신 접종 이후 몸이 많이 안 좋아 걱정이 컸다. 이상하게 어제(26일)까지 몸이 무겁고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27일) 컨디션도 별로였다”면서 “그러나 (최)재훈이 형 리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너무 고맙다”라고 포수에게 공을 돌렸다.

▲오늘도 통한 비장의 무기 ‘슬라이더’
한화 사령탑은 이날 경기 전 김민우의 올 시즌 상승세 요인으로 슬라이더를 꼽았다. 수베로 감독은 “올해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결과가 더 좋아졌다”고 짚었다. 그리고 김민우는 이날도 12개의 슬라이더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제대로 뺏었다. 12개 중 10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제구 역시 완벽했다.
김민우는 “오늘도 (최)재훈이 형과 이야기를 나눴고, 슬라이더로 경기를 풀어나가기로 했다”며 “아무래도 슬라이더라는 구종이 하나 더 생겨서 타자들의 생각이 늘어난 것 같다. 최근 구종 추가의 이점을 보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버틴다, 이겨낸다, 승리한다’
김민우는 올 시즌 모자 안쪽에 새겨진 ‘버틴다, 이겨낸다, 승리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공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경기를 돌이켜보면 2일 롯데전(5이닝 4실점), 9일 LG전(3⅓이닝 6실점)에서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이를 버티고 이겨내니 14일 키움전부터 이날까지 3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라는 값진 결과가 찾아왔다.
김민우는 “모자에 새겨진 문구처럼 항상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는데 이런 부분이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쌀쌀한 날씨, 그러나 흠뻑 젖은 언더셔츠
김민우의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는 1-0으로 앞선 7회였다. 볼넷과 안타로 무사 1, 3루에 처했지만, 대타 김인태와 장승현을 연달아 삼진 처리한 뒤 안재석을 풀카운트 끝 투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3루에 있던 한화 팬들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김민우를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그러나 김민우 귀에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박수를 치고 있던 원정팬들도 보이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 부은 뒤 아무 생각 없이 땅만 보고 더그아웃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김민우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한 부분인데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 땅만 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또한 김민우는 이날 쌀쌀한 날씨도 체감하지 못했다. 잠실구장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은 오전에 내린 비 여파로 저녁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김민우의 언더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날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이었다.
김민우는 평소보다 춥지 않았냐는 질문에 “난 너무 더웠다”고 웃으며 “매 이닝 언더셔츠를 갈아입고 마운드에 올랐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김민우는 그렇게 데뷔 처음으로 다승 공동 선두 자리에 이름 석 자를 새겼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