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인 유격수 이영빈(19)이 스펀지와 같은 무서운 습득력을 보이며 ‘포스트 오지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지환이 빠진 유격수 자리에 데뷔 첫 선발 출장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놀라운 것은 고교 3학년 때 유격수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영빈은 26일 사직 롯데전에서 유격수로 처음 선발 출장했다. 1회말 무사 1,2루에서 쉽지 않은 땅볼 타구를 잡아 병살 플레이로 처리한 뒤 긴장감을 털어냈고, 이후 7차례 타구를 모두 깔끔하게 처리했다. 공격에서는 4타수 3안타 1득점 1도루로 활약했다. 27일 롯데전에서는 2회 선제 적시타를 때리며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전날 데뷔 첫 2루타, 첫 도루에 이어 프로 첫 타점까지 기록했다. 4연패에 빠졌던 LG는 롯데와 2연전을 모두 승리했고, 이영빈은 복덩이가 됐다.
오지환이 지난 20일 안구 건조증이 심해져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손호영과 구본혁이 유격수로 출장했다. 빠르면 오는 30일 오지환이 1군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이영빈이 유격수로 나설 전망이다.

선수 시절 스타 유격수였던 류지현 감독은 27일 경기 전 이영빈에 대해 “아직은 투박하다. 이영빈은 야구를 늦게 시작했고, 포지션(유격수)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아서 세밀한 부분은 부족하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과 자질은 있다. 경기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좋은 내야수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빈은 중학교 입학한 뒤 테스트를 통해 야구부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 경험이 있어 운동 능력은 있었다. 뒤늦게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1~2학년 때는 실전 경기에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고, 실수투성이었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2루수로 뛰었다. 고교에서는 외야수로 뛰다가 3학년 때 유격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류 감독의 말처럼 전문적으로 지도받을 틈은 없었다.
이영빈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야구 커리어를 말하며 “개인적으로 유격수를 가장 하고 싶었다. 수비의 중심이니까 중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고교 때 유격수로는 고작 1년 뛰었지만, 뛰어난 운동 능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LG는 2차 1라운드로 이영빈을 지명했다.
어떻게 보면 프로에 들어와서 유격수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세세하게 지도받았다. 류지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발전하는 것이 보인다. 자세가 훨씬 좋아졌다. 내야수를 볼 때 기본기, 밸런스, 자세를 보는데 발전 속도가 있다”고 칭찬했다.

이영빈은 5월초 1군에 콜업돼 5경기에 교체 출장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프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기도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3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7리로 타격에서도 가능성을 보였고, 수비에서는 실책이 단 2개였다.
지난 26일 다시 콜업돼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2경기에서 실수없이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류지현 감독은 이영빈을 설명하면서 두산의 1차 지명 신인 유격수 안재석의 이름을 잠시 언급하기도 했다.
이영빈은 27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평소 상상했던 1군 데뷔전보다 훨씬 잘 해서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상상했던 데뷔전은 안타 하나 치고, 수비 잘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1군에서 자리잡기 위해서 수비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타격도 좋아야겠지만 1군에서 뛰려면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부터 4개월째, 이영빈은 “고교 때는 도루 능력이 없었는데, 프로 와서 주루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그 사이 발전한 부분을 말했다. /orang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