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울먹인 레전드 "한화 선수 김태균, 마지막이라니 속상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5.29 22: 28

"우는 게 그림은 좋지 않아요?"
지난 2001년 입단 첫 해 한화의 강렬한 레드색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39)이 웃으며 말했다.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은퇴식과 등번호 52번 영구결번식을 앞둔 김태균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지난해 10월22일 은퇴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참지 못했던 김태균은 이날 은퇴식을 앞두고 "그때는 물울을 많이 흘렸다. 지금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서 (은퇴식에 대한) 감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오늘이 되니 감회가 새롭긴 하다"며 "은퇴식을 기분 좋게 할 것 같다. 그래도 우는 게 낫나요?"라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태균이 은퇴사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로 등록돼 4번타자 1루수로 그라운드를 밟은 김태균은 시종일관 밝게 웃었다. 동료들의 축하, 팬들의 환호 속에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경기 종료 후 공식 은퇴식에선 벅차 오르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수많은 동료들과 팬들 그리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은퇴사를 한 김태균은 몇 차례 울먹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한 한화 김태균이 후배 선수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
21년 전 교복을 입고 이글스파크를 찾아 선수 계약을 했던 김태균은 이날 교복 같은 정장을 컨셉으로 맞춰 입고 은퇴식에 등장했다. 은퇴사에서 김태균은 "수천번 한화 김태균 선수라고 내 자신을 소개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한화 김태균 선수라고 소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소개할 마지막 자리라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안타깝다. 내가 방망이를 처음 잡았던 30년 전 한화 이글스는 나의 첫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팀에 지명받아 선수 생활을 했고 많은 관중들, 팬들 앞에서 내 야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야구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초등학교부터 프로, 일본 시절까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 많은 감독, 코치님, 역대 한화 이글스 사장님, 단장님, 구단 프런트 직원분들, 그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나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마음 졸였을 부모님, 아내, 아이들 정말 고생 많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우리 한화 이글스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의 존재가 더 빛났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저에게 큰 존재였다. 이 자리를 빌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우리 한화 이글스 팬들은 저를 언제나 자랑스러워해줬고 아껴줬다. 팬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애 더 나은 김태균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화 이글스는 지금 가장 큰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팬들이 염원하는 정상에 그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 나도 팬들과 함께 한화 이글스가 정상에 서는 그날까지 항상 응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태균이 박찬혁 대표이사와 영구결번 제막식을 하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
또한 김태균은 후배 선수들에게 "사랑하는 후배들. 형이 같이 운동하고 땀을 흘릴 수는 없지만 형의 아쉬운 한 부분을 꼭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고 형이 항상 응원할게"라며 "이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와주신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멋진 자리를 만들어준 김승연 구단주님, 박찬혁 사장님, 정민철 단장님, 많은 고생을 해준 구단 프런트에 정말 감사드린다"는 진심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화 구단 역대 4번째 영구결번의 영광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저의 마지막에 큰 선물이 만들어졌다. 영구결번으로 지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많은 팬들과 구단 정말 감사드린다. 정말 훌륭한 선배님들만 허락했던 영구 결번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돼 정말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 한화 이글스 선수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겠다"고 작별 인사를 끝맺었다.
김태균이 후보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
김태균은 은퇴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영구결번식에 이어 청춘을 바친 이글스파크 베이스를 차례로 밟았다. 마지막에 홈을 밟자마자 그를 에워싼 후배들과 끝내기 세리머니를 한 뒤 헹가래까지 받았다. 이어 가족들과 함께 피날레 퍼포먼스로 밤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폭죽과 드론 쇼를 바라보며 선수 커리어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의 눈가는 또 촉촉해져 있었다. /waw@osen.co.kr
김태균이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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