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선수들은 이번 주 수원과 대전으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을 앞두고 홈경기에서 착용하는 흰색 유니폼을 한 벌씩 챙겼다. 29일 대전에서 김태균(39)의 은퇴식을 앞두고 있던 한화 구단으로부터 요청을 받았다.
한화는 김태균의 은퇴를 기념해 올드 유니폼을 준비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착용한 유니폼으로 강렬한 붉은색이 특징이다. 2001년 신인 김태균이 처음 입었던 유니폼으로 이날 은퇴식에 맞춰 한화 선수들이 모두 이 유니폼을 입었다.
문제는 원정 유니폼이 붉은색인 SSG와 색상이 겹친다는 점. 김태균 은퇴식을 준비하던 한화 측에서 지난 22일 먼저 양해를 구했고, SSG도 흔쾌히 받아들여 흰색 홈팀 유니폼을 챙겨 원정길에 올랐다.

SSG의 배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날 SSG 선수들은 유니폼 상의 소매에 52번 숫자가 새겨진 패치를 부착하고 뛰었다. 주장 이재원을 비롯해 추신수, 김강민, 최정, 정의윤, 김성현 등 고참 중심으로 선수들이 김태균의 등번호 52번 패치를 달고 싶다는 의견을 모아 프런트에 전달해 이뤄진 것이었다. 리그 1위팀에 걸맞은 품격이었다.

이재원은 "은퇴식을 거행할 정도의 선수라면 그 팀에 기여한 레전드 선수라고 생각한다. KBO리그가 레전드 선수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것이 항상 아쉬웠다. 한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은퇴식을 거행하는 날이기에 우리 선수들도 존중과 앞날의 건승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행사에 동참하고 싶었다. 김태균 선배께 SSG 선수들의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어떤 게 있을지 선수들과 논의하다 좋은 의견이 나와 프런트에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태균과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도 우정을 과시했다. 경기 전 축하 꽃다발을 김태균에게 전하며 포옹을 했다. 추신수는 "태균이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대단한 성적을 남겨 은퇴식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국가대표가 아니면 떨어져 있다 보니 오늘은 직접 꽃다발을 주고 싶었다. 좋은 기회가 와서 흔쾌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추신수 옆에는 2012~2020년 9년간 한화에서 같이 뛴 후배 투수 이태양도 있었다. 이태양은 지난 27일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 말소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김태균의 은퇴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쪼개 대전으로 내려왔다. 구단에 특별히 부탁해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이태양은 김태균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의리를 발휘했다.
리그 1위 팀에 걸맞은 SSG 구단과 선수들의 세심한 배려, 협조로 김태균의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김태균은 "SSG 구단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저 때문에 SSG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고생했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더라. 패치까지 붙여줘 너무 감사하다. SSG 선수들도 꼭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고마워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