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91구 2실점. 에이스 투수에게 평범한 성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강풍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초속 13m 비바람 속에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천재적인 재능이 빛났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낮부터 비와 바람이 거세 우천 취소가 예상됐는데, 경기 시작 전에 그치면서 이후 비 예보에도 강행됐다.
류현진은 1회 위기였다. 1회에만 3피안타 2볼넷을 내주며 2실점했다.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악천후였다. 이날 프로그레시브필드 기온은 섭씨 10도, 그러나 초속 13m의 강한 비바람에 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3~5도의 쌀쌀한 날씨였다.
![[사진] 21/ 05/ 29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1/05/30/202105300251772187_60b27fcfcbf28.png)
류현진은 1회부터 투구 도중 왼손에 입김을 호호 불어넣으며 추운 날씨와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1회 2점을 허용했지만, 2회부터 5회까지는 단 1안타만 맞으며 날씨와 클리블랜드 타자를 모두 극복했다.
5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막아냈다. 클리블랜드 투수 3명이 5회까지 12피안타 9실점으로 흔들린 것과 대조적이었다.
추운 날씨로 직구 스피드는 평소 보다 떨어졌다. 이날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고작 138km였다. 그러나 류현진의 주무기는 스피드가 아닌 제구력,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앞서는 다양한 구종이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꽂히는 정교한 제구로 바람을 극복했다.
초속 13m 강풍은 류현진의 제구가 얼마나 뛰어나고, 류현진이라는 투수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오히려 돋보이게 해줬다. 160km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45km 구속에도 사이영상 2~3위로 뽑히는 재능을 보여줬다.
결국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경기는 토론토가 11-2로 앞선 7회 강우 콜드게임 승리를 끝났다. 류현진은 시즌 5승쩨(2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62가 됐다.
MLB.com은 "추운 날씨에 스피드로 싸울 수 없었지만 류현진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방식인 영리함과 기교로 해냈다"고 칭찬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대자연도 류현진을 막을 수 없었다. 기교파 류현진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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