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던져서 팔에 감각이 없었다.”
2019년 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윤석민(35)이 그라운드를 떠난 지 1년 6개월 만에 준비된 은퇴식에서 옛 추억을 떠올렸다.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KT 위즈 경기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윤석민은 경기 종료 후 은퇴식을 맞이했다. 2019년 12월 은퇴 선언 후 오랜만에 야구장 그라운드를 밟은 날이다.

윤석민은 시구 후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는데 볼이 돼 아쉽다. 오랜만에 던져서 팔에 감각이 없었다”며 아쉬워 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볼을 떠나 KIA 팬들은 윤석민이 마운드에 오른 것만으로도 반가운 날이 됐을 것이다.
구리인창중-야탑고를 졸업하고 2005년 2차 1라운드에서 KIA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든 윤석민. 그는 KIA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
프로 통산 398경기에서 77승 75패 86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3.29. 윤석민이 KBO리그 통산 12시즌 동안 거둔 성적이다. 누구보다 손재주가 좋은 선수였다. 또래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빼어난 구위를 자랑하고,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칼제구’를 뽐낼 때 윤석민은 다 갖추고 있는 KBO리그 대표 우완 투수였다.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주무기 고속 슬라이더를 비롯해 커브, 커터, 체인지업 그리고 팜볼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능력을 갖춘 투수였다. 상대 타자와 수싸움에서 장점을 보였고, 제구력도 워낙 좋았다. 류현진 다음으로, 김광현과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보다는 먼저 메이저리그 무대를 꿈꿀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아쉽게도 윤석민의 빅리그 데뷔는 꿈으로만 남았고, 미국 진출 1년 만에 다시 KIA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최고 91마일(약 147km)의 포심 패스트볼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구원승을 기록하며 인상을 남겼지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을 뛰고 돌아왔다.
하지만 KBO리그 복귀 후 2015시즌 51경기에서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1년 17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 178탈삼진으로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에 올랐던 윤석민은 빅리그 꿈을 접었지만 KIA에서 꼭 필요한 선수였다. 선발과 마무리 가리지 않고 팀에 필요한 상황이면 윤석민이 나섰다. 팬들이 가장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투수가 어깨 통증으로 재활하다가 2020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재활 과정에서 비난 섞인 목소리로 들어야 했던 그는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1군 기록은 2018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윤석민은 “은퇴를 결정하면서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며 옛날 생각을 하면서 향수병이 남았다. 그러면서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도 생각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또래 친구들과 아직 야구를 더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이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식을 맞이하면서 아쉬운 점은 남는다. 그는 “아직 나이가 어리다보니깐 또래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후회가 좀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윤석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KIA의 ‘에이스’이자 ‘수호신’이었고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과 함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투수였던 윤석민이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야구를 끊은 것은 아니다. 인연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선수’는 아니지만 윤석민은 “제일 잘하는게 야구다. 여가 시간에도 야구를 보고 있다. 하이라이트를 챙겨보고 야구 공부는 계속하고 있다. KIA에서 언제가는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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