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간판 타자 최정(34)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3회 김종수의 공에 왼쪽 무릎을 맞고 교체됐다. 웬만한 통증은참고 뛰는 최정이지만 1루 대신 덕아웃으로 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맞은 부위에 타박이 심해 30일 한화전 출장은 무리였다. 김원형 SSG 감독은 이날 오전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이동하기 전 최정에게 "호텔에 남아서 쉬어라"고 권유했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지만 최정은 선수들과 함께 구단 버스에 탑승했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 김원형 감독은 아예 "인천에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 그런데도 최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 "벤치에서 파이팅을 내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조기 퇴근을 거부한 채 이날 선발투수인 문승원에게 "출전을 못해 미안하다"면서 경기 전 마사지까지 해줬다.
최정의 마사지를 받고 마운드에 오른 문승원은 6이닝 7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20일 대구 삼성전 첫 승 이후 40일, 6경기 만에 2승째를 올렸다. 그 사이 5경기에서 3번이나 퀄리티 스타트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불운을 털어냈다. 경기 후 문승원은 "정이 형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 정이 형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최정의 퇴근 거부는 SSG가 왜 1위인지 보여주는 일화다. 이날 승리로 SSG는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로 질주했다. 시즌 성적은 27승18패 승률 6할. 2~3위 KT, 삼성과 격차를 2경기로 벌리며 역대급 혼전이 양상인 순위표 맨 꼭대기에 튀어나오기 시작헀다. 지난해 승률 3할대(.357) 9위로 추락했던 야구 명가의 명예 회복이다.
시즌 개막 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한 번도 완전체 전력을 꾸리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선발투수 윌머 폰트(목), 아티 르위키(내복사근·어깨), 박종훈(팔꿈치), 주전 2루수 최주환(햄스트링), 마무리투수 김상수(치아) 등 투타의 핵심들이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28~29일 한화전에서 연이틀 선발 박종훈과 르위키가 투구 중 부상으로 교체되는 악재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G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공 비행하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초반에 타격이 침체됐을 때 투수들이 잘했고, 최근에는 타자들이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준다. 1~2점을 줘도 그 전에 벌어놓은 점수들로 원활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 부상을 예측할 순 없지만 투타에서 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 지금 잘해서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다. 4월에도 좋았고, 시범경기에서 못할 때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참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어린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투수 최민준, 장지훈, 오원석, 조영우, 야수 쪽에선 박성한, 최지훈, 김찬형이 팀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부상에도 퇴근을 거부하고 끝까지 남아 후배 마사지와 응원으로 힘을 보탠 최정처럼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쑥쑥 크고 있다.
지금까지 잘 버텨왔지만 6월에는 정말 쉽지 않을 수 있다. 31일 나란히 병원 정밀 검진이 예정된 박종훈과 르위키의 몸 상태가 관건이다. 두 선수의 공백이 길어진다면 진짜 위기가 온다. 김 감독은 "4월도 5월도 계속 위기였다. 6월도 걱정이 되긴 한다. 선발 2명, 그것도 팀의 에이스 투수들이 빠졌을 때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도 "힘들다고 해서 '힘들다, 힘들다' 하면 정말 힘들어진다. 지금 선수들이 잘하고 있고, 좋은 분위기에서 힘을 더 내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