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이 2군행을 통해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향후 복귀 후에는 부진 탈출을 떠나 팀의 흐름을 끊는 투구를 줄여야 한다.
두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두산은 지난 3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선발진의 한 축인 유희관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29일 삼성전 1이닝 5실점 난조를 비롯해 올 시즌 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8.54 부진에 따른 말소였다.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은 (당분간) 힘들 것 같아 1군에서 제외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놀랍게도 유희관이 부진을 이유로 1군서 제외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5월 초 백신접종 특별엔트리와 등판 간격 조정으로 말소는 있었지만, 그 동안 잦은 기복에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4월 4경기 연속 5회 이전 강판, 5월 21일 롯데전 6이닝 8실점에도 감독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칼을 빼들었다.

결국 최근 2경기 극심한 난조로 2군행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21일 잠실에서 롯데를 만나 6이닝 동안 12피안타(1피홈런) 2볼넷 8실점을 허용하며 팀을 3연패에 빠트렸고, 2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으로 팀의 연승행을 가로막았다.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상태서 최대 장점인 제구까지 흔들린 결과였다.
시즌 전체 기록도 1년 최대 10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투수답지 못하다. 8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는 단 1차례(5월 9일 KIA전)에 불과하며, WHIP가 2.24, 피안타율이 무려 .409에 달한다. 반대로 그가 출격한 8경기 팀 승률은 .250(2승 6패)으로 낮다. 4월에는 이영하와 함께 3차례나 팀을 연패에 빠트렸고, 5월 초 반등을 노리는가 싶더니 21일 롯데전과 29일 삼성전에서 연이어 최악투를 펼쳤다.
그러나 유희관은 향후 1군에서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야할 선수다. 김 감독은 이미 그가 구원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또 선발 보직은 그 동안 유희관의 야구인생 그 자체였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과 8년 연속 10승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그 동안 부진을 본인만의 슬기로운 노하우로 극복했던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1군 복귀 후에도 팀 상승세를 끊는 투구를 펼친다면 이는 선발진 생존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 롯데전과 삼성전에서 봤듯이 초반 대량실점은 패배는 물론이고, 야수진 수비 시간 증가, 불펜 조기 가동, 야구팬 흥미 감소 등 여러 악순환을 낳았다. 이번 2군행을 통해서는 8년 연속 10승의 관록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초반 대량실점, 난타 등의 패턴이 반복되선 안 될 것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