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점차, 9회 투아웃' 7연속 파울→15구 볼넷…집념의 프로 3번째 타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02 05: 31

8점차로 승부가 완전히 기운 9회초 투아웃. 이날 경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될 수 있는 타자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마치 1점차 승부라도 하듯 7연속 파울을 쳤다. 15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KIA 2년차 내야수 박민(20)의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 상대팀 감독마저 미소짓게 했다. 
1일 대전 KIA-한화전. KIA가 1-9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민이 박찬호의 대타로 교체출장했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시즌 첫 타석에 들어선 박민의 몰입도는 엄청났다. 한화 투수 김종수를 상대로 1~2구 연속 볼을 골라낸 게 시작이었다. 
이어 3구째 직구에 배트가 헛돈 박민. 여기서부터 그의 커트 쇼가 시작됐다. 4구부터 10구까지 7구 연속 파울로 커트한 것이다. 김종수가 7구 연속 직구로만 승부했고, 박민은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가리지 않고 힘차게 스윙을 돌렸다. 

210423 KIA 박민. / dreamer@osen.co.kr

11구째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참으며 풀카운트로 끌고 간 박민. 12~14구를 또 다시 파울, 파울, 파울로 만들었다. 박민의 끈질긴 승부에 상대 팀인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결국 15구째 슬라이더를 참아낸 박민은 1루로 걸어나갔다. 시즌 첫 타석에서 15구 승부 끝에 볼넷 출루. 15구 중 10구가 파울이었다. 
후속 타자 최원준이 좌익수 뜬공 아웃되면서 경기는 9-1 한화의 승리로 끝났지만 박민의 15구 볼넷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8회초 1사에 등판한 한화 투수 김종수는 1⅔이닝 투구수 30구를 기록했는데 그 중 절반을 박민에게 던졌다. 2일 경기 등판이 쉽지 않을 전망. 상대팀 투수 한 명을 소모시켰다. 
야탑고 출신으로 청소년대표를 지낸 우투우타 내야수 박민은 지난해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KIA에 지명된 유망주. 지난해 1군 6경기에서 2타석 1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2군 퓨처스리그 성적은 38경기 타율 1할7푼1리 1홈런 9타점 8볼넷 40삼진 출루율 .225 장타율 .209. 특히 두 번의 안면 부상으로 고생했다. 5월27일 익산 KT전에서 상대 투수의 공에 얼굴을 맞아 안와 골절상을 입었고, 10월6일 문경 상무전에선 수비 도중 튀어오른 공에 얼굴을 맞아 코가 부러졌다. 
두 번의 큰 부상에도 후유증은 없다. 2년차 시즌을 맞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 30경기에서 타율 2할3푼2리 2홈런 9타점 10볼넷 26삼진 출루율 .309 장타율 .354로 성적이 향상됐다. 지난달 23일 대구 삼성전에 시즌 첫 1군 콜업 후 8회 대주자로 뛰었지만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그 이후 5경기 연속 벤치만 지키며 타석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컸다. 
8점차로 승부가 기운 상황이었지만 박민에겐 그토록 기다린 시즌 첫 1군 타석이었다. 프로 통산 3번째 타석이기도 했던 박민은 15구 볼넷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만 스무살 어린 선수의 집념이 3연패로 가라앉은 KIA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KIA 박민.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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