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다 싶었는데…" 터커 삼진 잡고 살아난 윤대경, 한화 모험 '신의 한 수' 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02 11: 17

"큰일났다 싶었는데 터커를 삼진 잡고 살아났죠."
한화 투수 윤대경(27)은 1일 대전 KIA전에 깜짝 선발로 투입됐다. 외국인 투수 닉 킹험의 광배근 부상이 길어지면서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던 윤대경이 대체 선발로 낙점됐다. 지난해 1군 데뷔 후 75경기 모두 구원으로 던진 윤대경에겐 새로운 도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펜투수 중 선발 가능한 자원을 찾고 있다. 윤대경도 결과가 좋은면 선발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선발투수가 그렇듯 1회 시작이 어려웠다. 1번 최원준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태진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KIA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를 8구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고 한숨 돌렸다. 이어 4번타자 이정훈도 체인지업으로 다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황대인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고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210305 한화 윤대경. /cej@osen.co.kr

3회까지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윤대경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한화는 9-1로 승리, 3연패를 끊었다. KIA 에이스 애런 브룩스를 무너뜨린 경기라 짜릿함이 두 배. 불펜 필승조인 윤대경 선발 카드는 실패할 경우 후유증이 큰 모험이었다. 하지만 팀도 개인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으면서 신의 한 수가 될 듯하다. 
경기 후 윤대경은 "초반에 무너지지 않는 게 목표였다. 오프너 목적에 맞게 3이닝 최소 실점으로 막고 싶었는데 그렇게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며 "선발이 처음이다 보니 중간에 올라온 것과는 다르더라. 1~2회가 어려웠다. 특히 1회 무사 1,3루로 실점을 주고 시작할 상황이었다. 1회부터 무너지면 대실패라 큰일났다 싶었는데 터커를 삼진 잡으면서 살아났다. 그 이후 긴장이 풀리면서 (선발로서) 적응이 됐다"고 돌아봤다. 
당초 예정된 3이닝 50구(49구)에 맞춰 임무를 완수한 윤대경은 덕아웃에서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일요일(6일 창원 NC전) 선발로 다시 나간다. 그때는 투구수를 65구 정도로 늘릴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최소 2주 더 안정이 필요한 킹험의 공백이 길어짐에 따라 윤대경이 당분간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전망. 가뜩이나 4~5선발들이 집단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윤대경이 점차 투구수를 늘려간다면 킹험 복귀 후에도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윤대경 선발 모험은 한화에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8회초 한화 윤대경이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지난 2013년 삼성에 내야수로 입단한 뒤 이듬해 투수 전향한 윤대경은 선발 경험이 거의 없다. 2015년 삼성 2군에서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첫 8경기 동안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8.37을 기록한 뒤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윤대경은 "그때 잠깐 선발을 했는데 0승8패 후 잘렸다. 선발로 잘한 기억이 없어 '선발은 진짜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더 긴장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1회 고비를 잘 넘긴 뒤 3회까지 무실점으로 1군 선발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음 선발 기회도 주어졌다. 윤대경은 "선발은 야구의 꽃이고, 멋있어 보이지만 보직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동안 불펜에서만 던져와 스스로 불펜이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도 "선발 욕심이 없었지만 이렇게 기회가 왔다.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말로 선발진 잔류 의지도 살짝 드러냈다. 
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지만 그냥 주어진 선발 기회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좌우 타자 상대로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 던질 수 있는 투수를 찾다 보니 윤대경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4월 10경기 11⅓이닝 12볼넷 8실점 평균자책점 6.35로 커맨드가 흔들리며 부진했던 윤대경은 5월 10경기 14⅔이닝 4볼넷 2실점 평균자책점 1.23으로 안정감을 회복했고, 불펜 필승조의 위치도 되찾았다. 
210406 한화 윤대경 /sunday@osen.co.kr
그는 "퀵모션이 많이 느려 캠프 때부터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폼을 빠르게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포인트를 잃고,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많이 헤맸다. 호세 로사도 코치님, 이동걸 코치님의 도움으로 지난해와 올해 투구 영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밸런스를 찾았다. 코치님들이 연습 때부터 많이 신경 써서 도와주신 덕분이다"며 공을 돌린 뒤 "일요일 경기도 선발승 욕심은 없다.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기가 뛰려고 하면 안 된다. 아직 완전한 선발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처럼 끌려다니지 않고 최소 실점으로 막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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