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젊은 거포 이정훈(27)이 대선배 최형우(38)와 공존에 성공했다. 시즌 첫 포수 출장 경기에서 흠 잡을 데 없는 수비를 선보였고,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으로 최형우와 함께 승리를 합작했다.
KIA는 2일 대전 한화전에 3~5번 중심타선을 프레스턴 터커(좌익수), 최형우(지명타자), 이정훈(포수) 순으로 꾸렸다. 망막 질환을 딛고 1군 무대에 돌아온 최형우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가운데 이정훈이 시즌 첫 포수 마스크를 썼다.
최형우가 지난 한 달간 자리를 비운 사이 이정훈이 팀의 새로운 중심타자로 떠올랐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주 포지션 포수인 이정훈에게 1루 수비를, 지난해부터 지명타자로 제한된 최형우에게 좌익수 수비를 준비시키며 두 좌타 거포의 동시 활용을 예고했다.

이날 한화전이 바로 그 첫 무대였다. 최형우가 지명타자로 들어간 가운데 이정훈이 시즌 첫 포수 마스크를 쓰고 4~5번에 배치됐다. 5회초 3득점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두 좌타 거포의 기다렸던 장타가 연이어 폭발했다.
1-1 동점으로 맞선 5회초. KIA는 1사 후 한화 선발 김민우를 상대로 김태진의 2루 내야안타와 프레스턴 터커의 우전 안타로 1,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최형우가 김민우의 초구 포크볼을 밀어쳐 좌측에 빠지는 1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이자 최형우의 시즌 첫 2루타.

계속된 1사 2,3루에선 이정훈의 쐐기타가 터졌다. 김민우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장식했다. 4-1로 스코어를 벌린 결정타 한 방으로 KIA의 5-3 승리를 합작했다.
이정훈은 포수로도 시작부터 끝까지 안방을 지켰다. 신인 선발투수 이의리와 호흡을 맞춰 5이닝 1실점을 합작했고, 9회까지 3실점으로 투수들을 이끌었다. 지난 2019년 9월28일 광주 LG전 이후 613일만의 선발 포수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선발승을 거둔 이의리는 "정훈이 형이 리드를 잘해줬다. 초반에 변화구로 많이 가다 후반에 직구를 유리한 카운트에 썼다. 타자들이 늦은 타이밍에 직구를 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경기 후 이정훈은 "솔직히 오랜만의 포수 선발 출장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원래 포지션이고, 김상훈, 진갑용 배터리코치님들께 배운대로 '잃을 것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수비에 임했다. 오늘 하루 배운다는 생각도 가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5회 쐐기타 상황에 대해선 "상대 투수가 직구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 가는 것 같아 직구를 빠른 타이밍에 노렸는데 운 좋게 안타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포수로도 가능성을 보여준 이정훈이 최형우와 공존 효과를 확실히 보여주면서 침체된 KIA 공격력도 희망을 찾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