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베테랑, 역대 '최고령 대주자'로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6.03 06: 02

 LG 트윈스의 김용의(36)는 지난 겨울 1년 2억 원(계약금 1억+연봉 1억)에 FA 계약을 했다.
지난해 김용의는 101경기에 출장했으나 타석 기회는 75타석 뿐이었다. 70타수 19안타를 기록했는데, 28득점을 올렸다. 대주자와 대수비 역할이었다. 도루 7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도 김용의는 개막전부터 줄곧 1군 엔트리에 포함돼 대주자, 1루 대수비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 1일까지 37경기에 출전했는데, 타격 성적은 16타석 9타수 1안타(타율 .111) 4볼넷 2도루 2득점이었다. 경기 막판 대주자 혹은 1루 대수비로 뛴 결과였다.

8회말 1사 3루 LG 김용의가 유강남이 내야 땅볼때 득점을 올리고 있다. 2021.06.02/youngrae@osen.co.kr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전, 김용의는 5-5 동점인 8회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출장했다. 김민성의 보내기 번트로 2루로 진루했다. 1사 2루. 김용의가 대주자로서 가치를 번뜩였다. 
유강남과 KT 투수 안영명의 승부. LG 벤치는 이날 투런 홈런을 때린 유강남의 한 방을 기대했고, KT 배터리는 유강남을 저지해야 했다. 1볼 2스트라이크, 안영명이 4구째 던지는 순간에 김용의는 3루로 과감하게 달렸다. 슬라이더가 우타자 몸쪽으로 한참 높게 들어오면서 자칫 뒤로 빠질 뻔 했다. 공을 잡은 포수 장성우는 3루로 던지지도 못했다. 
1사 3루가 되자, KT 내야진은 전진 수비를 했다. 유강남이 때린 타구는 3루수 정면으로 굴러갔지만, 김용의는 지체없이 홈으로 뛰어들었다. 3루수 황재균이 글러브에서 공을 한 차례 튕기면서 홈 승부 타이밍이 늦어 1루로 던졌다. 김용의의 빠른 발이 득점을 이끌어냈고, LG는 6-5로 승리했다. 
대주자로 나선 김용의의 치열한 수싸움이 있었다. 김용의는 경기 후 "(유강남 타석) 초구에 뛰었어야 했는데 놓쳤다. 그러자 곧바로 (2루수) 경수 형이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큰일났다 싶었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투수 안영명을 불러 뭐라고 얘기했고, 안영명의 투구 템포가 달라졌다고 한다. 도루 가능성에 대비해 투구 템포를 일정하지 않게 던지라고 조언한 것. 
김용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4구째 던지려는데 습관이 나왔고,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타격감이 좋은 유강남 상대로 바로 스트라이크로 승부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운 좋게 볼이 됐고, 강남이도 치지 않아서 도루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류지현 감독은 "베테랑인 김용의가 상대 투수의 투구 템포를 미리 읽었다"고 칭찬했다.  
이후 유강남의 3루수 땅볼 때도 재빠른 스킵 동작에 이어 홈 질주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홈런, 적시타 없이도 김용의의 주루 센스로 점수를 뽑은 것이다.
KBO리그에서 전문 대주자로 한 획을 남긴 선수는 강명구(현 삼성 코치)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에서 뛰며 통산 타율 1할9푼리(57안타)에 그쳤으나 111도루 153득점을 기록했다. 2005~2006년에는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강명구는 2014시즌 21경기 3도루를 기록하고 34세 나이에 은퇴했다.
김용의는 강명구보다 더 많은 나이에 대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역대 최고령 대주자인 셈이다. 경기를 준비하는데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우스개소리로 “선발 투수는 전력분석을 안 한다”며 “매일 경기 전에 구원 투수들이 어떤 패턴으로 던지는지, 그 상황에 따라 내가 대주자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고 설명했다.
대주자, 대수비 등 스페셜리스트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지만, 가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2일 KT전은 김용의의 3루 도루로 승패가 결정됐다. 김용의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고 기뻐하며 “앞으로 1~2경기 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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