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타율 .391' 힐리, 그런데 왜 찬스에 약해 보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03 10: 42

외국인 타자에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장타력과 더불어 찬스에서 결정력이다. 한화 라이온 힐리(29)는 시즌 타율(.272)보다 득점권 타율(.391)이 1할2푼 가까이 높다. 득점권 타율 리그 전체 10위. 외국인 타자 중 1위 기록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힐리가 5월에 득점권 타율 5할8푼8리(17타수 10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6월에도 이 페이스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대전 KIA전 1회 1사 만루에서 힐리는 우중간 가르는 3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6회 추가점 발판이 된 안타까지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하며 한화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2일 KIA전은 딴판이었다.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하루 만에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1회 1사 1,2루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7회 무사 만루에서 장현식의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헛돌아 삼진 아웃된 게 뼈아팠다. 득점권은 아니었지만 9회 2사 1루에서 초구에 유격수 내야 뜬공으로 잡혀 이날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헌납했다. 한화는 3-5 패배. 

1회초 2사 1,3루에서 한화 힐리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득점권 타율에 비해 힐리의 위압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다른 기록이 증명한다. 7회 이후 2점차 이내 상황에서 힐리는 22타수 3안타 타율 1할3푼6리로 맥을 못 췄다. 경기 초중반 또는 스코어가 벌어진 뒤 득점권 타율은 높지만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선 그렇지 않았다. 
1회초 2사 주자 1,2루 한화 힐리가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rumi@osen.co.kr
승리 확률 기여도를 의미하는 'WPA(Win Probability Added)' 기록을 봐도 마찬가지. 각 플레이마다 얼마나 승리 확률이 높였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힐리의 WPA는 -0.92에 불과하다.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낮은 WPA로 영양가가 떨어졌다. 
이날까지 시즌 42경기에서 힐리의 성적은 타율 2할7푼2리 3홈런 24타점 9볼넷 39삼진 출루율 .318 장타율 .392 OPS .710. 시즌 전 기대했던 4번타자의 모습은 아니다. 우투수(타율 .347 3홈런) 공략은 잘하지만 좌투수(.206), 언더핸드(.077) 상대로는 약점이 뚜렷하다. 
4월 혹독한 적응기를 거쳐 5월부터 조금씩 나아지곤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4번에서 6번 타순으로 내려온 뒤 성적이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계속 5~6번에 둘 수 없다. 수베로 감독은 "결국 4번 타순을 쳐줘야 한다. 조금 더 감이 올라오면 시즌 초반처럼 힐리를 4번에 두고 노시환이 5번으로 받치는 라인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1회초 한화 워싱턴 코치와 힐리가 더그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jpnews@osen.co.kr
힐리는 "최근 몇 년간 커리어를 보면 슬로 스타터에 가깝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100타석 정도 기준점으로 본다. 조급해지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전체 일정도 어느새 3분의 1이 지났다. 더 이상 적응기나 슬로 스타터를 논할 때가 아니다. 타선이 약해도 너무 약한 한화의 구성을 봐도 힐리의 더 강력한 모습이 필요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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