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그 자리는 2군에서 ‘프로세스’를 거쳐 성장세를 보인 젊은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다. 최하위에서 중위권으로 도약이 시급한 시점에서 암울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 육성 정책의 첫 수혜자들이 1군에서 활약하고 기량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질 전망이다.
롯데는 최근 필승조 최준용과 구승민이 차례로 어깨에 이상이 생겨 이탈했고 선발진의 이승헌도 건초염으로 고생하다 최근에서야 다시 실전 등판을 재개했다.

타선에서는 거대한 중심 축이 빠져 있다. 이대호가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제 막 부상 부위를 모두 치료하고 재활에 돌입했다. 안치홍도 지난 3일 무릎 인대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열흘에서 2주 가량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 손아섭도 최근 도루 과정에서 손가락을 삐끗했다.
래리 서튼 감독 체제로 바뀐 뒤 2군에서 함께 호흡하던 많은 젊은 선수들이 1군에 콜업이 됐다. 하지만 이들은 롯데 라인업의 확고 부동한 베테랑 주전 선수들에게 밀려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부상자들이 연달아 나오면서 롯데는 어쩔 수 없이 2군에서 콜업된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당장 성적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2군에서 구단의 ‘소수 정예’ 육성 철학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젊은 선수들이 1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성민규 단장, 서튼 감독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는 현재의 구단 운영 체제에서 소위 말해 ‘프로세스’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좀 더 많은 경기 출장 시간을 이들에게 할애할 수 있게 됐다.
나름의 성과도 보인다. 야수진에서는 포수 지시완을 비롯해 내야수 김민수, 외야수 추재현, 강로한의 출장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시완은 현재 사실상 주전 포수로 낙점을 받으며 이전의 주전 포수였던 김준태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서튼 감독 부임과 함께 콜업 직후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지만 현재 2할4푼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일취월장한 수비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반쪽짜리’ 선수 편견을 말끔히 지웠다. 특히 도루 저지율은 4할7푼1리(9개 허용/8개 저지)에 육박한다. 10개 구단에서 10개 이상 도루 저지를 시도했던 포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도루 저지율을 기록 중이다.
2군에서 3루와 2루, 나아가 유격수 자리까지 소화하며 멀티 내야수 능력을 타진했던 김민수도 지난 2일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조금씩 1군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모양새. 앞선 경기들에서 끝내기 패배를 자초하는 아쉬운 수비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수비력은 다소 의문이 있지만 지난해 2군 타점왕에 오르며 쌓은 경험을 1군에서도 녹여내고 있다.

추재현도 마찬가지. 지난달 30일 NC전, 1일 키움전에서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숨겨둔 장타력을 과시하면서 타격 재능을 뽐내고 있다. 외야에서도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4번째 외야수’의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 등 30대 중반의 외야진에 활력을 불어 넣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투수진에서도 선발과 불펜의 새로운 자원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서 지난 1일 키움전 6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나균안은 이승헌의 공백, 노경은의 부진 등으로 인한 선발진의 공백을 착실하게 채웠다. 나균안도 당초 포수 애착이 강했지만 성민규 단장의 빠르고 과감했던 투수 전향 제안이 있었고 전향 1년 만에 성과를 냈다.
불펜진에서 최준용과 구승민의 공백을 당장 채울 자원을 발굴하지는 못한 상황. 경험과 담력이 모두 중요한 필승조 투수들의 특성상 단기간에 뉴페이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꾸준히 젊은 투수들을 테스트하면서 기량을 확인하고 있다.
좌완 불펜이 부족한 팀 사정에서 올해 2차 4라운드 신인 좌완 송재영이 눈에 띄고 있다. 8경기 평균자책점 4.70(7⅔이닝 4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키움전에서 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홀드를 따내기도 했다. 김도규, 한승혁, 최영환이 현재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있고 잠시 1군에 머물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간 윤성빈, 정우준, 박재민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황이 전화위복으로 바뀔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성적과 함께 팀의 체질 개선, 육성의 성과들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오디션 기회가 나름대로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