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코리안리거 3인방의 동반 선발 등판이 양현종(텍사스)의 불펜행으로 아쉽게 무산됐다.
지난달 20일(이하 한국시간) 부터 텍사스 선발진에 합류한 양현종은 오는 5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서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을 가질 예정이었다. 실제로 미국 CBS스포츠는 양현종이 5월 31일 시애틀전에서 3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그가 주말 탬파베이전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양현종의 동갑내기 친구인 김광현(세인트루이스)도 5일 선발 등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실트 감독은 2일 LA 다저스전을 앞두고 5일 열리는 신시내티와의 주말 홈 4연전 2차전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예고했다.
![[사진] 좌측부터 류현진-김광현-양현종](https://file.osen.co.kr/article/2021/06/04/202106040149774152_60b908cb90558.jpg)
이와 더불어 코리안리거 맏형이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이스 류현진도 같은 날 선발 등판이 확정됐다. 토론토가 5일 임시 홈구장인 세일런필드에서 열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 선발투수로 류현진 카드를 꺼내든 것.
김광현, 류현진의 동반 등판이 확정된 가운데 텍사스 구단이 양현종의 5일 등판을 확정하면 근래 볼 수 없었던 코리안리거 3인방의 같은 날 동반 선발 출격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 텍사스 지역 언론 ‘댈러스 모닝 뉴스’는 양현종의 선발 로테이션 제외 소식을 전했다. 최근 3연패를 비롯해 올 시즌 7경기 3패 평균자책점 5.20의 부진을 겪은 결과였다. 특히 선발로 나섰을 때 퀄리티스타트 없이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6.60으로 크게 흔들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3인방의 동반 선발 출격은 1세대 코리안리거가 활약했던 지난 2000년대 중반에 두 차례 있었다.
첫 역사가 이뤄진 날은 2004년 4월 30일이었다. 당시 김병현(보스턴)이 탬파베이, 서재응(뉴욕 메츠)이 LA 다저스, 박찬호(텍사스)가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김병현은 5이닝 무실점, 서재응은 6⅓이닝 1실점으로 나란히 승리를 챙긴 반면 박찬호는 4⅓이닝 6실점 노 디시전을 남겼다.
이후 1년이 지나 2005년 8월 20일 또 세 선수가 나란히 선발 등판을 가졌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겨 애틀랜타 상대 5⅓이닝 5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달성했고, 계속 메츠에 있던 서재응은 워싱턴을 만나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챙겼다. 반면 콜로라도 김병현은 시카고 컵스전에서 4⅔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오는 5일 오랜만의 코리안리거 3인방의 동반 출격이 무산됐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남은 시즌 기회가 다시 오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입지가 튼튼한 류현진과 김광현은 올 시즌 풀타임 로테이션 소화가 예상된다. 양현종만 다시 선발 기회를 잡으면 되는데 올 시즌 텍사스 마운드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 선발 평균자책점 전체 25위(4.67)와 함께 좀처럼 고정 로테이션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구상한 1+1 시스템이 앞으로도 자주 가동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현종 대신 콜비 알라드가 투입되는 오는 5일 경기도 불펜데이가 예상된다.
양현종이 롱릴리프 보직에서 긴 이닝 소화에 강점을 보인다면 다시 한 번 스타터로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양현종은 5월 1일 보스턴전, 15일 휴스턴전에서 선발 뒤를 든든히 받치며 선발 기회를 얻었다.
양현종의 부진 탈출과 함께 향후 한국인 3인방이 나란히 선발로 나서 힘차게 공을 뿌리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