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승으로 도쿄행 적극 PR…"김경문 감독님, 꼭 보셨기를"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05 06: 02

“꼭 보셨으면 좋겠다. 못 보셨으면 누가 꼭 전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투수진의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명제가 깔린 올해 대표팀이다.
지난해부터 원태인, 최채흥(이상 삼성), 소형준(KT), 이민호(LG) 등 거물 영건 투수들이 1군 마운드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22세 시즌에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로 가장 먼저 토종 에이스 기질을 과시했고 이 해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도 참가하며 두각을 나타낸 롯데 박세웅(26)은 이후 부상과 기복을 보여주면서 뚜렷한 임팩트가 없었다.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활약이 부족했다.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을 확신할 수 없었다.

8회말 이닝종료 후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21.06.04 / soul1014@osen.co.kr

그러나 올해 박세웅은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4일 수원 KT전은 자신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는 완벽한 경기였다. 이날 박세웅은 9이닝 117구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데뷔 첫 완봉승을 따냈다. 롯데 소속 선수로는 지난 2019년 제이크 톰슨 2년 만이었고, 롯데 국내 선수로는 2011년 고원준 이후 약 10년 만에 거둔 감격의 완봉승이다. 아울러 올 시즌 국내 선수 첫 완봉승이기도 하다.
완봉승 뿐만 아니라 올해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올해 6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KT 고영표(8회)에 이어 원태인, SSG 박종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도 지난 4일 완봉승으로 4.19까지 뚝 떨어졌다.
이제는 박세웅에게 도쿄올림픽 승선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팀 선발진을 책임질 한 축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SSG 박종훈과 문승원은 현재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박종훈은 8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시즌 아웃이 확정됐고 문승원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 최종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인대 수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럽게 도쿄올림픽 멤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했고 그 순간 박세웅이 완봉승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다만, 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현재 한국에 머물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현재 도쿄올림픽 미주예선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로 출국해 전력 분석에 나섰다. 현재 미국 동부지역과 시차는 13시간. 박세웅이 마지막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경기를 마무리 지은 오후 9시 37분을 기준으로 하면 4일 오전이다. 김경문 감독이 KBO리그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봤을지는 의문이다.
박세웅으로서도 김경문 감독이 현재 한국에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자신이 한 단계 스텝업했고 성장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박세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님께서 꼭 보셨으면 좋겠다. 못 보시더라도 누가 꼭 전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커리어 하이였전 2017시즌과는 또 다른 버전의 박세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 좋았을 때는 패스트볼, 포크볼 패턴이 많았다면 올해는 패스트볼을 중점적으로 더 많이 던지면서 커브와 슬라이더도 좋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완봉승 투구 분석을 보면 117구 중 패스트볼이 51개로 절반 가까이 됐고 슬라이더 31개, 커브 25개를 구사했다. 그리고 과거 주무기였던 포크볼은 10개만 구사했다. 포크볼 일변도와 의존도를 탈피했다.
또한 심리적인 면, 마운드 위에서의 포커페이스와 마인드 컨트롤도 진일보 했다. 과거 박세웅은 표정에서 자신의 감정이 자주 드러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는 “원래 경기 중에는 예민하고 집중하면서 이닝과 이닝 사이에도 말을 잘 안했다”면서 “올해는 이용훈 코치님께서 한 번 변화를 줘보자고 했다. 하나에 꽂혀서 빠져있지 말고 마운드 위에서 행동이나 표정에도 변화를 줘보자고 했다. 이닝 중간 중간에 코치님과 볼배합 얘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재밌게 야구를 하고 있다. 그 부분이 저에게 지금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연 박세웅은 남은 기간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 티켓을 거머쥐는 활약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1회말 2사 1, 3루 상황 일본 우에바야시를 뜬공으로 이끌며 실점없이 이닝을 막아낸 한국 선발 박세웅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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