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 포수 & 4년 만에 최다 홈런 임박…롯데 안방 암흑기 끝?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05 09: 12

강민호(삼성)가 떠난 뒤 롯데의 안방은 암흑기 그 자체였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민호가 떠난 뒤 4년. 이제는 비로소 안방의 암흑기를 탈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롯데의 안방 암흑기는 지난 2017시즌이 끝나고 FA 강민호의 후계자를 확실하게 준비하지 않고 대책 없이 놓쳤기 때문에 시작됐다. 버팀목이 되는 베테랑 선수 없이 경험이 일천한 포수들로 시즌을 꾸려가려고 했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앞선 2년은 말 그대로 허송세월했다. 안방의 안정감과 희망을 찾기 힘들었다. 매년 롯데의 문제점으로 포수진이 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해 김준태가 수비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이며 조금이나마 개선의 여지가 보였다. 그리고 올해, 감독 중도 교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적절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녹여내면서 안방 암흑기의 확실한 탈출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종료 후 완봉승 거둔 롯데 박세웅과 김준태 포수가 기뻐하고 있다. 21.06.04 / soul1014@osen.co.kr

지난해 트레이드로 합류했지만 개인사 등으로 전력에서 배제됐던 지시완은 올해 래리 서튼 감독이 시즌 도중 부임하고 사실상의 주전 포수로 나서고 있다. 도루 저지에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고 댄 스트레일리, 앤더슨 프랑코와 호흡을 맞추며 진일보한 수비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전임 감독 체제에서 중용 받았고 지난해 주전 포수였던 김준태가 전력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출장 비중이 줄기는 했지만 박세웅 등과 호흡을 맞추는 전담 포수로 나서고 있다.
두 선수의 출장 비중과 기준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서 두 선수 간의 건전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여전히 다른 구단들에 비하면 부족한 포수진의 역량이지만 경쟁 속에서 상호 보완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결국 서튼 감독 체제에서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김준태는 지난 4일 박세웅의 완봉승을 함께 이끈 안방 마님이 됐다. 지난달 22일 잠실 두산전 6이닝 퍼펙트의 호흡을 맞췄던 것이 서튼 감독의 뇌리에 강렬히 박혔고 김준태는 기대에 부응했다.
박세웅은 “(김)준태 형은 공부를 많이 한다. 두산전 6이닝 퍼펙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 완봉승을 할 때도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사인으로 잘 내줬다. 잘 통하는 느낌이다. 시즌 초반 좋지 않았을 때는 긍정의 얘기들을 많이 해줬다”고 김준태와의 호흡을 전했다.
김준태 스스로도 이날 완봉승 기록에 대해 욕심을 내면서 의욕적으로 리드했다. 그는 “이닝을 거듭할수록 (박)세웅이의 완봉 기록이 있는지 궁금했고, 9회가 되니 욕심이 나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세웅이도 그렇지만 나 역시 첫 완봉을 경험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김준태는 박세웅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으로 앞서던 4회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139km 커터를 받아쳐 우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김준태의 이 홈런으로 롯데 포수진은 강민호 시대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시즌을 만들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강민호는 2017시즌 22홈런을 쏘아 올린 뒤 삼성으로 떠났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롯데 포수진은 22개의 홈런을 겨우 때려냈다. 2018시즌 6개(안중열 4개, 나균안 2개), 2019년 2개(안중열), 2020시즌 7개(김준태 5개, 강태율 2개)를 기록했다.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강민호의 한 시즌 최저 홈런은 9개였다. 그러나 올 시즌을 포함해 롯데 포수진 전체는 강민호의 가장 저조했던 홈런을 때린 시즌도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도 올해는 개막하고 두 달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롯데 포수진은 지난해 때려낸 7개 홈런과 동률을 이뤘다. 올해 김준태가 벌써 4홈런으로 지난해 세운 자신의 시즌 최다 홈런 경신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힘을 전혀 보태지 못했던 지시완도 2홈런을 때려냈고 강태율도 1홈런을 기록했다. 더 이상 롯데 포수진의 타순은 상대 투수들이 마음 편히 쉬어가는 타순이 아니다.
공수에서 그동안 기대 이하였고 성장도 더뎠던 롯데의 안방이었다. 이제는 다시 한 번 건전한 경쟁 체제가 구축이 됐고 경험도 쌓였다. 암흑기 탈출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jhrae@osen.co.kr
경기 종료 후 롯데 지시완이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1.06.01.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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