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잡아라". KIA 타이거즈 최형우(38)가 닮은꼴 후배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최형우는 지난 4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출전해 3-3으로 팽팽한 9회말 2사 1,2루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려 4-3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4번 좌익수로 출전해 찬스에서 삼진-병살-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역대 자신의 7번째 끝내기타를 날렸다.
더그아웃의 리더로 팀을 이끌다 뜻하지 않는 망막 뒤에 물이 고이는 희귀 질환으로 자리를 비웠다. 한 달만에 돌아와 후배들과 재회했고, 더그아웃의 중심으로 다시 자리를 잡는 끝내기 안타로 존재감을 보였다. 후배들의 귀환 기념 물세레를 받고 흠뻑 젖은 몸으로 인터뷰실을 찾았다.

최형우는 "오랜만에 후배들과 마음껏 장난치면 즐겼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시끄럽게 응원을 해주었다. 꼭 치고 싶었다. 후배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타선이) 개막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 차근 차근 좋아지면서 팀이 완성될 것이다"고 리더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최형우는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정훈을 위해 319일 만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작년부터 지명타자로만 나섰으나 팀을 위해 수비 글러브를 끼었다. 첫 타자 홍창기의 타구를 처리하는 등 안정감을 주었다. "엄청 긴장했는데 한 두 개 처리하면서 볼이 잘 보였다"며 웃었다.
새로운 타자 이정훈(27)의 등장을 반겼다. 퓨처스 팀에서 콜업을 받아 자신의 4번 자리를 메웠다. 타율 3할1푼3리, 2홈런, 12타점, 11득점, OPS .865를 기록하며 중심을 지켰다. 최형우가 복귀하자 "계속 라인업에 넣고 싶다"며 중용 의지를 밝혔다. 포지션을 맡아야 운영폭이 넒어져 포수로 출전했고, 1루 수비도 훈련하고 있다.
최형우는 동시에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1번타자) 최원준 처럼 또 누가 나와야 한다. 정훈에게 지금처럼 잘하라고 했다. 정훈을 위해서는 지명타자보다는 포지션 한 자리를 맡는게 (출전기회 등) 여러가지로 훨씬 유리하다. 아직 젊은 나이이다. 나도 처음에 수비를 못했는데 자리를 잡았다. 초반에 너무 수비를 못했다. 지금도 수비 못한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며 웃었다.
최형우는 포수로 삼성에 입단해, 방출과 재입단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포수가 아닌 외야수로 전향해 삼성왕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야수 FA 100억 원 시대를 열며 2017년 KIA로 이적해 우승을 이끌었다. 2020시즌에는 타격왕에 올라 다시 47억 원에 두 번째 계약을 했다. 이승엽의 최다타점(1498개)에 도전 중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