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비 또 호수비…이러니 에이스 ERA가 1위일 수밖에 [오!쎈 잠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6.06 00: 03

5일 SSG전에 나선 워커 로켓(두산)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든든한 수비를 뒤에 엎고 투구를 펼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과거 두산을 거쳐간 외국인 에이스들은 호투의 비결로 하나 같이 두산 야수진의 견고한 수비를 꼽았다. 2016년 22승을 거뒀던 더스틴 니퍼트도, 2019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조쉬 린드블럼도, 지난해 다승왕(20승) 라울 알칸타라도 모두 두산 수비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승리투수 인터뷰에는 야수진의 수비 도움이 반드시 포함됐다.
올해 두산의 새 에이스가 된 워커 로켓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로켓 영입 당시 “체인지업, 투심을 활용한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라 두산 내야진과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예상이 딱 들어맞고 있었다. 기록을 보면 탈삼진은 47개로 리그 14위에 그쳐있지만, 평균자책점이 전체 1위였다. 그만큼 맞춰 잡는 아웃카운트가 많았고, 수비 도움도 뒷받침이 됐다.

1회초 두산 로켓이 역투하고 있다. 2021.06.05 /jpnews@osen.co.kr

로켓의 호투 행진은 이날도 계속됐다. 1회 9구 삼자범퇴에 이어 2회 최주환의 안타로 처한 1사 1루서 제이미 로맥-한유섬을 연달아 삼진 처리했고, 하위타선을 만난 3회 다시 3타자만을 상대했다. 3회 1사 후 박성한 타석 때는 중견수 조수행이 좌중간으로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전력질주와 함께 팔을 쭉 뻗어 잡는 호수비를 펼쳤다. 로켓은 밝은 미소로 조수행 수비에 감사를 표했다.
4회에는 2루 쪽에서 유독 불규칙 바운드가 많이 일어나며 위기를 맞이했다. 2루수 강승호가 선두 고종욱의 땅볼타구에 안면을 강타 당했고, 교체 투입된 오재원도 추신수의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후 최정의 사구로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로켓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주환을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린 뒤 로맥의 희생플라이, 한유섬의 헛스윙 삼진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5회초 1사에서 두산 김재호가 SSG 박성한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1.06.05 /jpnews@osen.co.kr
그리고 5회 다시 두산 야수진의 명품 수비를 경험했다. 1사 후 발 빠른 박성한에게 투수 키를 살짝 넘기는 느린 타구를 허용한 로켓. 내야안타가 예상됐지만, 유격수 김재호가 빠르게 쇄도해 타구를 잡은 뒤 논스톱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로켓은 박수에 이어 김재호와 글러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후 최지훈에게 초구에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허용했지만, 김재호가 이마저 멋진 점핑 캐치로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로켓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6회 무실점에도 내야진의 깔끔한 수비가 뒷받침됐다. 선두 고종욱의 내야안타로 처한 1사 1루서 3루수 안재석이 최정의 강한 땅볼타구를 잡아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든 것. 그렇게 로켓의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가 완성됐다.
로켓은 이날 6이닝 4피안타 1사구 7탈삼진 1실점 83구 호투로 시즌 6승(3패)째를 챙겼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1.91에서 1.87로 낮추며 이 부문 1위를 지켜냈다. 야수진이 고비 때마다 좋은 수비를 펼쳐주니 좋은 기록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로켓은 경기 후 “오늘 승리의 모든 공을 야수들에게 돌리고 싶다”며 “뒤에서 든든한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늘려줬기에 그만큼 투구가 수월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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