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에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롯데 투수조 최고참 노경은(37) 강한 불만의 제스처를 취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 벤치의 선택도 완전한 성공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노경은은 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4구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진욱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팀은 1-8로 패하며 노경은은 패전 투수가 됐다.
노경은은 1회와 3회 실점했다. 모두 상위 타선 상대였다. 조용호에게 볼넷, 황재균에게 3루 방면 기습번트 내야안타로 출루를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강백호를 삼진, 알몬테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2사 1,2루에서 유한준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선제 실점했다.

2회에는 배정대, 박경수, 심우준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러나 3회 다시 돌아온 상위 타선을 상대로 고전했다. 조용호, 황재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강백호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해 1사 2,3루를 만들었고 알몬테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3실점 째를 기록했다.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다.
4회 배정대를 3루수 땅볼, 박경수를 좌익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그러나 2사 후 심우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2사 1루에서 다시 1번 조용호부터 상대했다.
이미 불펜에는 좌완 신인 김진욱이 몸을 풀고 있었다. 당초 로테이션 상으로 선발 투수는 김진욱이었다. 하지만 노경은으로 대체했고 서튼 감독은 김진욱은 불펜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튼 감독은 “오늘 김진욱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김진욱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고가고 타이밍과 리듬을 살려서 던지는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1+1의 텐덤 전략까지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사 1루에서 조용호 타석을 앞두고 이용훈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노경은의 교체 신호를 보냈다. 빠른 타이밍의 교체였다.
그러나 노경은은 자신의 교체 결정에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후 제스처까지 취했다. 1루에 공을 강하게 뿌리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글러브까지 강하게 던졌다. 투수 교체에 불만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여지를 남겼다. 텐덤의 전략, 경기 운영 등은 벤치의 고유 권한이지만 선수들과의 사전 공감대가 필요했다. 올해 사실상 텐덤 전략을 운영하지 않았던 롯데이기에 사전 소통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롯데 벤치의 선택은 일단 성공이었다. 4회 2사 1루에서 김진욱은 조용호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5회에도 1사 후 강백호에게 좌전 안타, 알몬테에게 볼넷을 내줘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유한준을 1루수 땅볼, 장성우를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 임무를 완수했다. 5회까지 소화한 뒤 6회 진명호에게 공을 넘겼다.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김진욱의 시즌 첫 불펜 등판에서 첫 무실점 피칭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를 뒤집을 정도의 텐덤 승부수는 아니었다. 타선이 침묵했고 7회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타, 배정대에게 3점포를 헌납하며 대패를 당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