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계획 없다” 99승 느림의 미학, 이대로 감독 플랜에서 사라지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6.06 06: 04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이 김태형 감독의 마운드 플랜에서 제외됐다. 당연히 100승 도전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5일 잠실 SS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2군에 내려가 있는 유희관의 1군 복귀 시기와 관련해 “아직은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유희관은 지난 5월 30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전격 제외됐다. 5월 29일 삼성전 1이닝 5실점 조기강판을 비롯해 올 시즌 8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8.54의 난조를 겪은 결과였다.

4회초 1사 주자 만루 롯데 손아섭이 1루수 왼쪽 내야 1타점 적시타를 날리자 두산 선발 유희관이 아쉬워하고 있다./ rumi@osen.co.kr

그 동안 백신접종 특별엔트리 말소는 있었어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1군서 탈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4월 4경기 연속 5회 이전 강판, 5월 21일 롯데전 6이닝 8실점에도 감독의 신뢰를 꾸준히 받았던 그였다.
아무래도 2군행 직전 2경기 연속 부진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5월 2일 SSG전과 9일 KIA전에서 연승을 달리며 통산 99승을 달성했을 때만 해도 100승이 무난해보였지만, 21일 롯데전 6이닝 8실점, 그리고 29일 삼성전 1이닝 5실점 난조로 감독의 신뢰와 선발 한 자리를 동시에 잃고 말았다.
유희관이 말소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평소 같았으면 남은 3일을 채우고 1군에 복귀했겠지만, 김태형 감독은 선발진 개편을 단행했다. 로켓-미란다 외국인듀오와 토종 에이스 최원준의 뒤를 받칠 선발로 박정수와 이영하를 낙점한 것. 이용찬의 FA 보상선수 박정수는 8일, 돌아온 17승 에이스 이영하는 9일 사직 롯데전에 나란히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종합해보면 로테이션이 최원준-로켓-미란다-박정수-이영하 순으로 재편됐다.
그렇다면 유희관의 100승 도전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분간은 기회가 없다. 김 감독은 “일단 이영하, 박정수가 던지는 걸 봐야 한다”며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선발투수의 컨디션이다. (유희관은) 향후 문제가 발생해 기존 선발이 쉬는 경우가 생기면 그 때 한 번씩 투입할 생각이다. 유희관은 그런 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희관의 복귀가 그렇게 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이영하, 박정수의 호투를 장담할 수 없고, 두산은 오는 19일 KT와 더블헤더를 치러야 한다. 선발투수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여럿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일 선발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면 콜업 1순위는 당연히 경험이 풍부한 유희관이다.
그러나 일단 그 전에 2군에서 확실하게 심신을 회복해서 올라올 필요가 있다. 다시 등록이 이뤄진다 해도 말소 전과 같은 투구 내용이라면 100승 불발은 물론 두산 선발진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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