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8점차 역전, 0.01% 기적 쓴 한화 '현충일의 밤'…40년 역사 3번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07 14: 04

[OSNE=이상학 기자] 한화에겐 잊을 수 없는 현충일의 밤이었다. 
올해로 40년째인 KBO리그는 지난 6일까지 총 2만235경기를 치렀다. 이 중 8점차 승부가 뒤집힌 것은 불과 21경기. 7회 이후 8점차 역전은 단 3경기로 확률 0.01%에 불과하다. 2021년 6월6일 '현충일의 밤'에 한화의 기적이 일어났다.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6회까지 NC가 9-1로 앞서 승기를 굳히고 있었다. 6회초까지 1점차 승부였지만 6회말 NC가 6안타, 2볼넷으로 타자 일순하며 7득점을 몰아쳤다. 6-1에서 나성범의 스리런 홈런이 터져 분위기는 NC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8회초 2사 한화 노시환이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1.06.04 /rumi@osen.co.kr

7회초 수비를 앞두고 NC는 우익수 나성범과 중견수 애런 알테어를 각각 정진기와 이재율로 교체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세이브하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7회 8점차 리드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교체였지만 오래된 격언대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7회초부터 한화의 기적이 시작됐다. NC 구원 문경찬의 제구 난조가 발단이었다. 1사 후 장운호, 조한민, 강상원이 3연속 볼넷을 골라내 만루를 만들었다. NC가 손정욱으로 투수를 바꿨으나 정은원이 우측으로 빠지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손정욱도 제구가 흔들렸다. 허관회와 하주석에게 연속 볼넷을 주며 또 다시 만루 기회가 한화에 왔다. 그러자 NC는 다시 최금강으로 투수를 바꿔지만 노시환이 만루 홈런으로 맞받아쳤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노시환의 개인 통산 첫 만루 홈런. 
순식간에 8-9, 한 점차로 좁혀졌다. 라이온 힐리가 삼진을 당하면서 투아웃이 됐지만 한화의 화력은 식지 않았다. 정진호의 우전 안타, 대주자 노수광의 2루 도루와 장운호의 볼넷에 이어 조한민의 중전 적시타로 9-9 동점. 7회초에만 4안타 6볼넷으로 무려 8득점하는 빅이닝을 펼쳤다. 
3회초 1사 한화 조한민이 좌월 솔로홈런을 날린 후 덕아웃에서 수베로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1.06.04 /rumi@osen.co.kr
여세를 몰아 한화는 8회초 허관회의 볼넷, 하주석의 2루타, 노시환의 자동 고의4구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NC는 마무리투수 원종현을 투입했지만 한화는 힐리의 2루 땅볼로 1점을 내며 10-9 역전에 성공했다. 9회초에도 조한민과 최재훈의 적시타, 상대 폭투로 3점을 추가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7~9회 필승조 강재민(1⅔이닝 무실점)과 정우람(1⅓이닝 1실점)이 틀어막고 13-10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역대 KBO리그 최다 점수차 역전승은 2013년 5월8일 문학 두산전에서 SK(현 SSG)가 기록한 10점차. 이어 9점차 역전승이 두 번 있었고, 이날 한화처럼 8점차 역전승은 18번 있었다. 리그 역대 공동 4위 기록. 8점차 역전 자체도 적지만 7회 이후로 기준을 잡으면 더 적다. 8점차 이상 역전극의 대부분은 5회 이전, 경기 초중반부터 흐름이 크게 출렁였지만 이날 한화처럼 7회 이후로 급격히 바뀐 건 드문 케이스다. 
7회 이후 8점차 역전은 한화가 역대 3번째. 앞서 2000년 6월2일 롯데가 사직 LG전에서 7회까지 0-8로 뒤진 경기를 9-8로 역전한 게 최초다. 당시 롯데는 8회 4점을 추격한 뒤 9회 마해영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 포함 5득점을 몰아쳐 대역전승했다. 이어 2016년 7월31일 NC가 마산 LG전에서 6회까지 0-8로 끌려다녔지만 7회 6점을 따라붙더니 9회 김성욱의 끝내기 투런 홈런 포함 4점을 더해 10-8 역전극을 완성했다. 
[사진] 2016년 7월31일 마산 LG전에서 NC 김성욱이 9회 끝내기 투런 홈런을 치고 난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NC는 6회까지 0-8로 뒤지던 경기를 10-8로 역전승했다. /OSEN DB
그렇다면 역대급 역전극이 팀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2000년 LG는 충격패 이후 롯데에 2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등 10경기에서 7승3패로 후유증 없이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롯데는 4승5패1무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2016년 NC는 대역전승 후 5승5패 5할 승률로 무난하게 했고, LG는 9승1패로 급반등했다. 2021년 현충일의 밤 희비가 엇갈린 한화와 NC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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