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원장 형 믿고 했는데 진짜 좋아졌네요."
키움 외야수 이정후(23)는 지난달 초 기분 전환 차원에서 염색을 했다. 키움을 상징하는 버건디 색으로 머리를 물들였다. 4월 개막 한 달간 24경기 타율 2할6푼9리 무홈런 12타점 OPS .717로 그답지 않은 성적을 냈고, 5월에는 새로운 머리 색깔과 함께 새출발을 다짐했다.
5월의 이정후는 우리가 알던 야구 천재로 돌아왔다. 5월 22경기 타율 4할5푼1리 1홈런 21타점 OPS 1.220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5월 월간 MVP도 이정후의 몫. 4월 한때 꼴찌로 처지며 하위권에 맴돌았던 키움도 이정후의 반등과 함께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때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아 시즌 들어가도 바로 좋아질 것 같진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답답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져 나쁜 공에 쫓아다니기도 했다"며 "5월부터는 편하게 마음먹고 나의 (타격) 존을 지키며 3구 안에 승부를 보는 타격을 한 뒤로 조금씩 좋아졌다"고 말했다.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염색 효과도 있었다. 이정후는 "(야구가) 안 되다 보니 머리라도 바꾸면 잘 될까 싶어 염색을 했다. 마침 머리를 바꾼 첫 경기부터 성적이 좋았다"며 뜬금없이 양의지(NC)의 이름을 꺼냈다. 공교롭게 지난 4월29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양의지도 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단장한 뒤 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미용실 원장 형이 양의지 선배님 머리도 같이 해주신다. 양의지 선배님도 머리를 새로 하고 나서 사이클링히트를 했다고 하셨다. '형 한 번 믿어 볼게요. 좋아지겠죠'라고 했는데 진짜 좋아졌다"며 웃은 뒤 "마음가짐, 생각의 차이 같다. 미용실 원장 형이 좋은 기운을 주셨다. 머리까지 멋지게 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기분 좋은 믿음, 긍정의 힘으로 타격감까지 찾은 이정후는 "5월 초반만 해도 확 좋아진 느낌은 아니었다. (5월14~16일) 고척에서 한화 3연전 이후 조금씩 결과도 나오고 자신감이 생겼다. 결국 자신감의 문제였던 것 같다"며 늘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이름값의 무게에 대해 "그런 부담은 없다.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4월만 보고 시즌을 준비한 게 아니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키움 팀도 마찬가지. 4월에는 9위(10승14패)로 고전했지만 5월 2위(14승9패)로 반등에 성공했다. 6월은 또 2승5패로 주춤하고 있으나 이정후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팀이 예년보다 힘든 상황인 것은 맞지만 아직도 90경기 이상 남았다.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 선수들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금방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