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두산팬’, 아들은 김현수를 롤모델로 ‘엘린이’가 된 사연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06.09 06: 02

 LG 트윈스 3년차 문보경(21)이 프로 데뷔 첫 결승타로 승리 수훈 선수가 됐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LG전. 0-1로 끌려가던 LG는 3회부터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으나 7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한 점을 뽑아 1-1 동점을 만들었다. 8회 2사 3루. 문보경이 대타로 들어서 임창민을 상대했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 결승점을 뽑았다. LG가 2-1로 승리.
문보경은 경기 후 "잠실구장에서 팬들 앞에서 결승타를 때려 행복하다"고 데뷔 첫 결승타 소감을 말했다.

8회말 2사 3루에서 LG 문보경이 중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sunday@osen.co.kr

2019년 입단한 그는 올해 5월 1일 대구 삼성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2번째 경기에서 삼성 뷰캐넌 상대로 홈런포를 터뜨려 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문보경은 이후 1루수와 3루수로 선발과 백업을 번갈아 가며 출장하고 있다.
문보경은 자신의 장점으로 “타격에는 자신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홈런은 적지만 파워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그는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노리는 구종(직구)을 놓치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스트라이크라 컨택 위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투좌타. 문보경은 “베이징올림픽 때 김현수 선배를 보고 롤모델로 삼아 좌타자로 야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문보경의 아버지는 두산팬. 그러나 문보경은 당시 두산 소속이던 김현수를 국가대표 선수로 좋아했고, 좋아한 팀은 LG였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잠실구장에서 LG 경기를 처음 보고서 ‘엘린이’가 됐다고 한다.
문보경은 “야구를 시작할 때, 아버지가 내 프로필에 ‘두산 최고의 유격수가 되자’고 썼다. 그걸 보고 팬들이 오해하는데 나는 엘린이였다”고 강조하며 “내가 LG에 입단하고 나서 아버지도 LG팬이 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시즌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리며 선두 SSG에 승차 없는 2위로 바짝 추격했다. 8회 대타로 나온 문보경이 결승타를 때렸다. 마무리 고우석은 9회 한 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13세이브째를 기록했다.경기 종료 후 LG 문보경이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sunday@osen.co.kr
김현수를 롤모델로 야구를 시작했고, 중간에는 메이저리그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에 반해 스윙을 따라며 롤모델을 삼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김현수가 롤모델이라고 한다.
문보경은 "처음 김현수 선배를 봤을 때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직접 보게 돼 신기했다"고 웃었다. 문보경이 낯선 1군에서 적응하는데도 김현수가 힘이 되고 있다. 문보경은 "1군에 처음 올라왔을 때 김현수 선배가 '1군이나 2군이나 야구 하는 것은 똑같다. 긴장하지 말라'고 말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한 마디 한 마디 새겨 듣고 있다"고 말했다. 
1군에서 뛴 지 40여일이 지났다. 여전히 잠실구장에서 뛰는 것에 신기한 마음이다. 문보경은 "응원가가 생겼는데 신기하다. 잠실구장에서 첫 결승타를 친 것도, 홈 팬들 앞에서 응원가도 나와 꿈만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보경은 8일까지 2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6푼9리(67타수 18안타) 1홈런 11타점 16볼넷 16삼진 장타율 .418, OPS .818을 기록하며 LG 타선에서 쏠쏠하게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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