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불펜투수로 떠오른 강재민(24·한화)의 꿈이 영글어간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연일 위력을 떨치고 있다. 마음 속 목표였던 태극마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강재민은 8일 대전 키움전에서 4-2로 쫓긴 8회초 2사 만루 위기에 등판했다. 김혜성을 4구 만에 헛스윙 삼진 잡고 급한 불을 끈 강재민은 9회까지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시즌 3세이브째. 지난달 6일 대전 삼성전부터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0점대(0.64) 평균자책점을 굳건히 유지했다.
지난 6일 창원 NC전에서 1⅔이닝 33구로 적잖게 던진 강재민은 하루 휴식 후 이날도 출격했다. 그는 "일요일(6일)에 조금 던지긴 했지만 몸에 부담이 없다. 크게 무리하지 않아 등판이 가능했다. 8회 등판부터 9회까지 던지는 것 모두 미리 준비됐다. 멀티 이닝도 힘들지 않다"며 김혜성(삼진)-서건창(2루 뜬공)-이정후(삼진)로 이어진 좌타 상대에 대해서도 "결과가 계속 좋게 나와서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내 공을 던진다"고 답했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1할8푼4리에 불과하다.

사이드암으로 비교적 준수한 평균 140km 직구를 던지는 강재민은 분당 회전수가 3000rpm에 달하는 강력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는다. 슬라이더도 구속이 빠르고 날카롭게 꺾이는 것, 구속이 조금 느려도 커브처럼 각도 크게 꺾이는 것으로 두 가지 종류를 구사한다. 무엇보다 상대 타자가 누구든 피해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는 배짱이 그의 최고 강점이다.

이날까지 올 시즌 23경기에서 28⅓이닝을 던진 강재민은 2승3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0.64 탈삼진 27개 WHIP 0.92 피안타율 1할6푼2리를 기록하고 있다. 20이닝 이상 던진 리그 전체 투수 92명 중 평균자책점 1위. KBO 기준 WAR(1.48) 역시 구원투수 중 가장 높다. 승리 확률 기여도 WPA(1.69)도 전체 5위, 구원 1위로 승부처에 강했다. 득점권 피안타율(.095)도 1할이 안 되는 '강심장'이다.
한마디로 리그 전체 불펜투수 중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팀 내 국가대표가 될 만한 선수 중 하나로 강재민을 꼽는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는 2월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화가 아닌 한국의 필승조"라고 치켜세웠다. 3월 올림픽 대표팀 사전등록명단에 포함된 강재민도 마음 속으로 태극마크의 꿈을 품고 있다. 사이드암 불펜 자원으로 우규민(삼성), 정우영(LG), 박치국(두산) 등 우수한 선수들이 많지만 현재 성적만 놓고 보면 강재민이 넘버원이다.
시원시원한 투구 스타일답게 말도 막힘없이 똑 부러지게 한다. 특급 성적에 대한 물음에 강재민은 "제 기록을 경기 후 스스로 찾아본다. (불펜 최고 성적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면서 올림픽 승선 가능성에 대해선 "시즌 들어가기 전 나 혼자 그런 목표를 세우긴 했다. 제 자리에서 묵묵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크게 없다. 하나의 목표로 삼으면서 동기부여를 한다"고 답했다. 강재민 혼자 마음 속에 품었던 태극마크 목표는 이제 한화 팬들의 염원이 됐다.

술술 풀리는 강재민의 2021년은 경남 거제에서 시작됐다. 마산중-용마고 선배 김민우를 따라서 1월 비활동기간 때부터 따뜻한 거제로 내려가 같이 훈련했다. 한화의 1차 스프링캠프 장소였던 거제에 일찌감치 짐을 풀고 몸을 만들었다. 지난겨울 결혼을 한 김민우의 처갓집이 거제라 훈련부터 숙식까지 신세를 지며 도움을 받았다.
강재민은 "캠프 시작 전부터 거제에서 15~20일 정도 머물며 민우형과 둘이서 훈련했다. 프로 입단 후 비시즌은 처음이었는데 민우형과 함께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배웠다. 민우형 장모님과 장인어른께서 먹는 것도 잘 챙겨주셔서 훈련을 잘할 수 있었고, 지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도움을 받은 만큼 확실히 도와주고 있다. 강재민은 "장난삼아 민우형이 나오는 날에는 꼭 막는다고 말하곤 한다"고 했다. 실제 올 시즌 김민우가 선발등판한 12경기 중 8경기를 구원등판한 강재민은 2세이브3홀드를 거두며 9⅔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는 김민우의 7승 중 4승이 강재민의 세이브 또는 홀드로 완성됐다.

거제에서 닻을 올린 강재민의 2021년은 대전에서 꽃을 피워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하고 있다. 단국대 4학년 시절인 201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멤버였던 강재민에게 A급 국가대표팀은 첫 도전. 올림픽 승선도 중요하지만 강재민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경기 나갈 때마다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기록이나 다른 것을 떠나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게 강재민의 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