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간 것 같아" 강제 휴식 부메랑, 키움 최초-KBO 역대 2호 기록 날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06.10 14: 04

KBO리그 40년 역사에 한 번밖에 없는 진기록이 눈앞에서 무산됐다. 키움의 최초 기록도 불발됐다. 열흘을 푹 쉬고 올라온 조상우(27·키움)가 9회말 투아웃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놓고 팀 노히터 기록을 날렸다. 
조상우는 지난달 29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 28구 세이브를 거둔 뒤 열흘간 개점 휴업했다. 이 기간 키움은 2승6패로 주춤했다. 승리한 2경기도 여유있게 이기면서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았다. 몸이 안 좋거나 부진한 것도 아닌데 등판 1군 엔트리에 한 번 빠진 것처럼 열흘간 자취를 감췄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휴식이 아니라 휴가를 간 것 같다. 잠실에서 5아웃 잡고 난 뒤 등판을 너무 안 했다"며 "선수도 등판에 의욕적이다.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과부하가 걸릴 만큼 조상우가 자주 등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키운 조상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1.06.09 /cej@osen.co.kr

강제 휴가를 다녀온 조상우는 이날 11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6-0 넉넉하게 앞선 9회 실전 감각 차원에서 등판했다. 마침 팀 노히터 기록도 걸려 있었다. 선발 에릭 요키시가 6회까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줬을 뿐 7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 노히터로 호투했다. 
투구수가 95개로 다소 많았던 요키시는 7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사이드암 양현과 신인 우완 김성진이 7~8회를 나란히 삼자범퇴로 막고 팀 노히터 행진을 이어갔다. 9회 조상우에게 구단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2호 팀 노히터 게임을 마무리할 기회가 왔다. 
9회말 2사 1,2루 키움 조상우가 한화 힐리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한 뒤 교체되고 있다. 2021.06.09 /cej@osen.co.kr
첫 타자 정은원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조상우는 최재훈을 초구에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가볍게 투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하주석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노시환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아 팀 노히터가 무산됐다. 흔들린 조상우는 김민하와 라이온 힐리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2사 1,3루에서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홍원기 감독 표현대로 '휴가'가 길었던 탓인지 평소 조상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강제 휴식의 부메랑을 맞았다. 키움은 6-2로 승리하긴 했지만 불펜 필승조 자원 김태훈까지 소모하면서 힘을 빼야 했다. 
지난 2008년 창단 후 아직 노히터가 없는 키움으로선 의미 있는 첫 기록이 날아갔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개인 노히터 게임은 총 14번 있었지만, 팀 노히터는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0월6일 LG가 잠실 NC전에서 신정락(7⅓이닝)-유원상(1⅓이닝)-신재웅(⅓이닝)이 역대 유일한 팀 노히터 기록을 합작했다. 
1회말 키움 선발 요키시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1.06.09 /cej@osen.co.kr
노히터 중이었던 이날 6회를 끝으로 물러난 요키시는 "투구수가 많아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노히터 같은 기록은 자주 나오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다. 운이 많이 따라야 한다"며 9회 투아웃에 팀 노히터가 깨진 것에 대해선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항상 어렵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이고, 팀이 승리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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