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40년 역사에 한 번밖에 없는 진기록이 눈앞에서 무산됐다. 키움의 최초 기록도 불발됐다. 열흘을 푹 쉬고 올라온 조상우(27·키움)가 9회말 투아웃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놓고 팀 노히터 기록을 날렸다.
조상우는 지난달 29일 잠실 LG전에서 1⅔이닝 28구 세이브를 거둔 뒤 열흘간 개점 휴업했다. 이 기간 키움은 2승6패로 주춤했다. 승리한 2경기도 여유있게 이기면서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았다. 몸이 안 좋거나 부진한 것도 아닌데 등판 1군 엔트리에 한 번 빠진 것처럼 열흘간 자취를 감췄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9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조상우에 대해 "휴식이 아니라 휴가를 간 것 같다. 잠실에서 5아웃 잡고 난 뒤 등판을 너무 안 했다"며 "선수도 등판에 의욕적이다.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과부하가 걸릴 만큼 조상우가 자주 등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제 휴가를 다녀온 조상우는 이날 11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6-0 넉넉하게 앞선 9회 실전 감각 차원에서 등판했다. 마침 팀 노히터 기록도 걸려 있었다. 선발 에릭 요키시가 6회까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내줬을 뿐 7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 노히터로 호투했다.
투구수가 95개로 다소 많았던 요키시는 7회 시작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사이드암 양현과 신인 우완 김성진이 7~8회를 나란히 삼자범퇴로 막고 팀 노히터 행진을 이어갔다. 9회 조상우에게 구단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2호 팀 노히터 게임을 마무리할 기회가 왔다.

첫 타자 정은원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조상우는 최재훈을 초구에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가볍게 투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하주석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뒤 노시환에게 초구에 좌전 안타를 맞아 팀 노히터가 무산됐다. 흔들린 조상우는 김민하와 라이온 힐리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2실점했다.
결국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2사 1,3루에서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홍원기 감독 표현대로 '휴가'가 길었던 탓인지 평소 조상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강제 휴식의 부메랑을 맞았다. 키움은 6-2로 승리하긴 했지만 불펜 필승조 자원 김태훈까지 소모하면서 힘을 빼야 했다.
지난 2008년 창단 후 아직 노히터가 없는 키움으로선 의미 있는 첫 기록이 날아갔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개인 노히터 게임은 총 14번 있었지만, 팀 노히터는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10월6일 LG가 잠실 NC전에서 신정락(7⅓이닝)-유원상(1⅓이닝)-신재웅(⅓이닝)이 역대 유일한 팀 노히터 기록을 합작했다.

노히터 중이었던 이날 6회를 끝으로 물러난 요키시는 "투구수가 많아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노히터 같은 기록은 자주 나오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다. 운이 많이 따라야 한다"며 9회 투아웃에 팀 노히터가 깨진 것에 대해선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항상 어렵다. 이것도 경기의 일부이고, 팀이 승리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