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시간 21분을 기다린 끝에 우중 혈투가 벌어졌다.
10일 키움-한화의 시즌 9번째 맞대결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었다. 밤하늘이 드리우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빗줄기가 굵어졌고, 5회를 마친 뒤 방수포가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6회초 키움 공격이 들어가기 전이었던 오후 7시52분. 심판진은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이글스파크 구장 관리팀이 발 빠르게 대형 방수포를 그라운드에 깔았다. 비가 쉽게 잦아들지 않았고, 5회까지 진행돼 정식 경기가 성립됐다.

스코어도 0-0 동점. 밤까지 비 예보가 계속 있었고, 양 팀 모두 원정지로 가야 하는 이동일이란 점을 고려하면 강우콜드 게임이 유력해 보였다. 비 내리는 동안 이글스파크 전광판은 노시환, 강재민, 정우람, 최재훈 등 한화 선수들이 비시즌에 찍었던 노래 영상을 틀어 '우천 콘서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강우콜드가 아쉬울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30분, 60분이 지난 뒤에도 강우콜드 선언은 없었다. 심판진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빗줄기가 약해지자 구장 관리팀이 다시 나와 방수포를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선수들도 하나둘씩 몸을 풀면서 경기 재개를 준비했다.
결국 오후 9시13분 경기가 다시 열렸다. 무려 1시간21분을 기다린 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꽤 굵어졌지만 경기를 또 멈추긴 어려웠다. 입장 관중 872명 중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남은 팬들은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은 채 경기를 관람했다. 비를 피해 지붕 아래에 자리 잡아 서서 보는 팬들도 있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빗줄기가 굵어진 가운데 한화와 키움의 '우중 야구'가 펼쳐졌다. 땅볼 타구에 양 팀 내야수들이 스텝과 바운드를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투수들은 빗물로 흙 범벅이 된 스파이크를 털어내느라 진땀을 뺐다.
선수와 관중 모두 비를 맞아가며 강행된 경기는 9회말 끝까지 갔다. 1사 만루 노수광 타석에서 키움 조상우의 끝내기 폭투가 나오면서 한화가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시각은 오후 10시42분. 실질적인 경기 소요 시간은 2시간 51분으로 빠른 편이었지만 1시간 21분의 중단 시간으로 인해 총 4시간 12분이 걸린 기나긴 승부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