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뛸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에게 내야수 김민수(23)에 대해 묻자 ‘1군 재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2군에서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던 김민수를 꾸준히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다. 김민수는 지난해 2군에서 71경기 타율 3할2리(255타수 77안타) 9홈런 55타점 OPS .869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2군 타점왕이기도 했다.
올해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까지 합류했지만 기회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서튼 감독이 1군에 부임한 뒤 경기 출장 빈도가 늘어났다. 잠시 출장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2군에 내려갔던 열흘을 제외하면 지난 5월 20일부터 꾸준히 1군에 잔류하고 있다. 그리고 안치홍과 이대호의 부상 등으로 기회가 더 많이 찾아왔다. 주로 2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잠재력을 만개하는 모양새다. 6월 타율 2할9푼4리(34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 OPS .804의 성적. 주중 두산과의 사직 3연전 모두 멀티 히트 경기를 만들어냈다.

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김민수는 최근 1군 경험을 쌓으면서 느낀 점에 대해 “좀 더 여유가 생기는 같다. 수비에서는 타구가 어떻게 올지 미리 생각하는 폭이 커졌고 타석에서는 어떤 공이 올지 계산이 되는 것 같다. 안타와 장타 치고 싶다고 무작정 스윙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을 노려야 하고 계산 하면서 세밀하게 들어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베테랑이 아니면 다들 쫓길 것이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선수는 결과를 따라가고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그러나 이제 나도 다가서는 과정에서 생각 정리가 많이 된 것 같다”라며 조금 더 차분해진 자신을 언급했다.
2017년 지명을 받은 뒤 줄곧 1군 기회를 갈망했다. 하지만 갈망은 과욕을 낳았고 좌절로 이어졌다. 이제는 다르다. 그는 “이전에는 항상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욕심이 생기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제는 수비와 타석 모두 착실하게 하면서 그 상황과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고 현재 마음가짐을 전했다.
"지금은 그저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재밌다”는 김민수다. 1군 출장 빈도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지난달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실책성 플레이로 팀의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30일 사직 NC전에서는 수비 태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았던 구설수에도 올랐다. 그리고 이달 2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다. 급속 성장 과정에서 깨우친 면도 많았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하다보니까 그런 플레이들이 나왔다.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제는 조금 더 그 상황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차분하게 집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수는 신인 시절부터 이런 친화력과 멘탈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서튼 감독, 그리고 고참급 선배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간다. 그는 “서튼 감독님에게 제가 먼저 타격 조언을 구하는 편이다. 잘 할 때나 못 할 때 항상 봐주셨다. 어떤 부분이 잘 안되는지 잘 봐주신다. 제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생각이 많은 걸 아시는지 말씀을 먼저 안 거신다. 타격 적이 면에서 많이 얘기하다”고 했다.
이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난다. 그래도 정훈 선배님과 이대호 선배님께 많이 여쭤본다. 정훈 선배는 진지하게 다가서면 상세하게 말해주신다. 이대호 선배님께서는 제가 잘 안 맞고 야구가 안되니까 급해서 물어보는 걸 아시는지 몰라도 ‘간단하게 생각하라’가 조언해주신다”고 언급했다.
안치홍과 이대호 등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 김민수는 다시 벤치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들이 돌아와 자신의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최선을 다해 즐기겠다는 각오다.
“팀 적으로는 치홍이 형, 대호 선배님이 돌아오는게 당연히 최고의 시나리오”라면서 “지금 야구장 나오는 게 재밌다. 나가는 순간들을 최선을 다해서 즐기려고 한다. 그동안은 1군에서는 많이 주눅들었다. 하지만 다들 1군 무대가 꿈인데 1군에서 즐기지 못하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 같다. 순간순간 집중해서 즐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못해도 팀이 잘하면 된다. 내가 잘하고 팀이 지면 의미가 없다. 팀이 이겨서 팀 분위기가 좋아지는 게 훨씬 낫다”라며 “다치지 않고 팀이 빈 자리를 최소화하면서 팀이 이기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며 올 시즌의 목표를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