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 수술 그 후, 못다 한 이야기 “답답했던 집콕…타구 트라우마 없어”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06.14 14: 05

KT 주장 황재균은 어떻게 코뼈 수술을 받고 불과 38일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황재균은 지난 4월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수비 도중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난 안치홍의 타구에 코뼈가 골절됐다. 이에 28일 수술대에 올라 복귀까지 최소 두 달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최초 진단대로라면 빨라도 6월 말 정도 1군 합류가 예상됐다.
그러나 철인이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수술 일주일 뒤부터 가벼운 운동을 시작한 그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복귀에 성공했다. 두 달이 아닌 38일만의 컴백이었다.

3회초 1사 1루 KT 황재균이 한화 정은원의 직선타때 1루를 향해 패대기 송구를 한 뒤 데스파이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2021.06.12 /youngrae@osen.co.kr

전날 수원 한화전에서 결승 3점홈런을 친 황재균은 “나도 이렇게 빨리 복귀할 줄 몰랐다”며 “수술 일주일 뒤 병원으로 찾아가 무리가 안 되는 운동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당시 런닝 빼고는 다해도 된다고 해서 웨이트 트레이닝, 티배팅, 캐치볼 등을 매일 했다. 몸을 미리 만들어놔야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활 기간을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힐링의 시간으로 활용할 법도 했지만, 황재균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경기를 나가지 않는 게 너무 싫다”고 고백하며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 부상으로 빠져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1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2루 KT 황재균이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2021.06.12 /youngrae@osen.co.kr
다행히 가장 우려가 됐던 타구 트라우마도 생기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다. 황재균은 “공을 무서워하면 고개랑 다리가 들려 타구를 놓칠 확률이 많다”며 “더욱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아래쪽에서 타구를 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공이 무서워서 피하는 건 없다”고 밝혔다.
2군에서 잠시 착용했던 안면보호대도 필요가 없다. 황재균은 “사실 구단에서는 보호대를 차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2군에서 착용한 결과 너무 불편했다”며 “사실 나만 마음을 다잡고 공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보호대는 필요 없다. 또 타구가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6년 연속 20홈런 달성에는 차질이 생겼다. 황재균은 전날 팀의 55번째 경기에서 2호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조급함은 없다. 올해는 개인 목표보다 팀 우승에 포커스를 바꾼 지 오래다.
황재균은 “아마 올해는 20홈런이 힘들 것 같다. 또 그걸 따라가면 스윙 밸런스가 무너져 마음을 편하게 가질 생각”이라며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목표에 너무 쫓기고 싶지 않다.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그것보다 타점에 집중하며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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