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은 한화의 리빌딩 책무를 안고 지휘봉을 잡았다. 10년 넘게 구호에만 그친 리빌딩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 팀 성적보다 선수 개개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4월 개막 한 달간 꽤나 순조롭게 진행된 수베로호의 리빌딩은 5월부터 조금씩 현실의 벽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시즌 첫 40경기는 17승23패 승률 4할2푼5리 8위로 선전했지만 이후 18경기에선 6승12패 승률 3할3푼3리로 고전하고 있다. 순위도 9~10위를 맴도는 등 갈수록 힘겨운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 누구나 올 시즌 한화가 가을야구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현실적으로 꼴찌 전력인 것은 팬들도 인정한다. 그래도 프로는 성적이다. 눈앞에서 쌓이는 패배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리빌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계획을 바꾸기도 한다.

어느덧 정규시즌 전체 일정의 40%를 넘긴 시점. 지난 15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수베로 감독도 리빌딩을 중간 점검했다.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은 수베로 감독은 "박정현, 임종찬, 유장혁 등 신인급 선수들을 2군으로 내린 건 원래 계획에 없었던 것이다"고 밝혔다.

멀티 내야수 박정현, 외야수 임종찬과 유장혁은 수베로 감독이 그린 리빌딩의 주요 전력들이었다. 시즌 초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100타석 이상 기회를 받았지만 모두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1군에서 경험치를 주고 육성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임종찬은 지난달 25일, 박정현과 유장혁은 31일 1군 제외됐다.
리빌딩은 어린 선수들로만 되지 않는다. 베테랑 선수들이 요소요소에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한화에선 내야수 이성열, 외야수 정진호, 김민하, 노수광 등이 이 역할을 한다. 수베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기대에 조금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팀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리빌딩에 초점을 맞춰 당장 전력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보다 내부 옥석 가리기에 집중한다. 지난달 중순부터 1군에 올라온 내외야 멀티 거포 조한민과 포수 허관회도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두 선수 모두 2019년 입단한 3년차 신예. 올해 입단한 좌완 신인 김기중도 이달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수베로 감독은 "조한민과 허관회는 타격에 장점 있는 선수들이다. 수비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이다. 김기중은 마운드에서 침착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있다. 신인급 투수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어 기대되는 자원이다"며 트레이드 여부에 대해선 “리빌딩 1년차는 내부 자원 중 누가 중심이 되고, 잠재력이 떨어지는지 디테일하게 평가해야 할 시기다. 지금 당장 트레이드 필요성을 느끼진 않는다”고 답했다.
리빌딩의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 3루수 노시환으로 내야는 벌써 완성됐다. 마운드에서도 선발 김민우가 다승왕 경쟁을 하고 있고, 강재민은 리그 최상급 불펜으로 떠올랐다. 수베로 감독은 "이 5명의 선수들은 개막 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수베로 감독은 "팀 전체로 보면 수비 시프트가 자리 잡았다.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 베이스러닝도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한다면 주루로 이기는 경기도 많아질 것이다"며 "조각조각 나눠서 보면 좋지만 아직 하나로 합쳐지지 않은 상황이다. 흩어진 조각이 하나로 모이면 팀 전체적으로 좋은 퍼모먼스가 나올 것이다"고 팀 전체 성장을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