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낯선 것일까.
박정수(25·두산)는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7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박정수는 지난달 28일 NC로 이적한 이용찬의 FA 보상선수로 두산맨이 됐다. 이후 5월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새 팀 분위기를 익힌 뒤 부진한 유희관을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전격 합류했다. 올 시즌 NC에서 대체선발로 3경기에 나서 3승 평균자책점 3.94(16이닝 7자책) 승률 100%로 호투한 부분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이적 후 첫 선발 경기였던 8일 사직 롯데전에서 패전의 아픔을 당했기 때문. 당시 4⅓이닝 동안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7탈삼진 9실점(8자책)으로 실망스러운 두산 선발 데뷔전을 가졌다.
그리고 이날 삼성을 만나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회부터 악몽이 펼쳐졌다. 선두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출발은 좋았으나 호세 피렐라-구자욱의 연속안타와 강민호의 볼넷으로 처한 2사 만루서 이원석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하고 말았다. 1B-0S에서 던진 2구째 직구(142km)가 비거리 110m짜리 홈런으로 연결. 이후 김헌곤의 2루타로 계속된 득점권 위기서 유격수 안재석의 포구 실책으로 1점을 더 내줬다.
2회부터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2사 후 피렐라를 9구 끝 볼넷 출루시켰지만,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 처리했고, 3회 오재일의 볼넷, 이원석의 안타로 처한 위기에선 김헌곤을 삼진, 김지찬을 내야땅볼로 잡아냈다. 김상수-박해민-피렐라를 만난 4회는 깔끔한 삼자범퇴.

1-5로 뒤진 5회 선두 구자욱에게 안타를 맞으며 다시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구자욱의 도루로 무사 2루가 된 가운데 강민호를 1루수 땅볼 처리했지만, 공 9개를 소진했고, 그 사이 구자욱이 3루까지 도달했다.
투구수가 95개에 도달한 박정수는 결국 1사 3루서 유재유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유재유가 오재일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승계주자가 홈을 밟았다.
NC에서 승률 100%를 자랑했던 투수가 맞나 싶다. 이영하, 유희관이 동반 부진을 겪은 두산은 NC의 보호선수 외 명단에서 즉시전력감을 물색했고, 그 결과 선발로 경쟁력을 보였던 박정수를 낙점했지만, 2경기 연속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 이적 후 3경기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13.03(9⅔이닝 14자책)으로 상당히 저조하다.
두산은 이날 삼성에게 6-8로 패하며 최근 2연패에 빠졌다. 올 시즌 위기에 위기를 거듭 중이라고 하나 이제는 5할 승률이 위태로운 수준(29승 28패)까지 왔다. 어느덧 단독 선두 KT와의 승차도 4경기까지 벌어졌다.
부진 요인 중 하나는 두산이 그 동안 자랑했던 선발진의 붕괴다. 한 축을 맡아줘야 할 이영하, 유희관의 거듭된 부진과 에이스 워커 로켓의 부상 이탈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 그래도 작년에는 박종기, 김민규 등 대체선발들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했지만, 올해는 나오는 대체자들마다 부진을 거듭 중이다. 박정수 역시 그 중 1명.
위기의 개인과 팀을 위해 다음 등판에서는 두산의 지명 이유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사실 2경기 부진으로 다음 기회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루 빨리 NC 시절의 안정감을 찾아야할 것이다. 계속 이런 투구가 이어질 경우 두산의 보상선수 지명도, 유희관의 대체선발 낙점도 모두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