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삼성)과 박건우(두산)가 도쿄행 확정날 남다른 주루플레이로 국가대표의 품격을 과시했다.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16일 오전 KBO 7층 기자실에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종목에 나설 24인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잠실에서 맞붙은 삼성은 4명, 두산은 3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삼성 외야수 박해민, 투수 원태인, 포수 강민호, 내야수 오재일이 승선했고, 두산은 외야수 박건우, 내야수 허경민, 투수 최원준이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박해민은 경기에 앞서 “올림픽 야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자리에 뽑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가서 열심히 공 던지면서 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굳이 도루를 시도하지 않아도 단타에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는 국가대표다운 소감을 전했다.

박건우 역시 “가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출전에 의의를 두지 않고 꼭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박해민과 박건우는 이날 잠실 경기서 자신들이 왜 국가대표에 뽑혔는지를 제대로 입증했다. 득점권에서 타점을 올리고, 홈런을 날리는 눈에 보이는 활약이 아니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태극마크의 품격을 과시했다.
첫 주자는 박건우였다. 1회 선두로 나서 좌측 절묘한 곳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한 그는 후속 정수빈의 좌익수 뜬공 때 태그업을 통해 3루까지 도달하는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선보였다. 이후 호세 페르난데스의 2루 땅볼 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까지 담당했다. 박건우의 발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박해민이 3회 바통을 이어받았다. 0-1로 뒤진 3회 1사 1, 2루서 등장한 그는 기습적인 번트를 통해 출루를 노렸다. 박해민은 이를 악물고 1루를 향해 달렸고, 결국 1루수 양석환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이는 호세 피렐라의 결승 만루홈런을 뒷받침한 귀중한 출루였다.
박해민은 5회에도 1사 후 우전안타로 출루해 2루 도루를 통해 한 베이스를 진루했다. KBO 역대 6번째 8년 연속 20도루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후 상대 폭투를 틈 타 3루를 훔치는 주루플레이까지 선보였다. 비록 피렐라의 내야땅볼 때 3루와 홈 사이서 런다운 아웃됐지만, 끝까지 야수진을 교란하며 타자주자를 진루시키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경기는 삼성의 5-3 승리. 그러나 승패를 떠나 양 朴의 주루플레이를 통해 태극마크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