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ERA 1위 & 2루수 OPS 1위, 대표팀 탈락한 진짜 이유는?
OSEN 길준영 기자
발행 2021.06.17 05: 06

한화 이글스 강재민(24)과 정은원(21)이 아쉽게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팀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마곡동 야구회관에서 24명의 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24명이라는 제한 속에 모든 팬들을 만족시키는 엔트리를 짜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특히 한화팬들은 최종 명단을 보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강재민과 정은원이 모두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한화 이글스 강재민(왼쪽), 정은원. / OSEN DB

올해로 2년차 시즌을 맞이한 사이드암 불펜투수인 강재민은 26경기(33이닝) 2승 7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0.55로 활약중이다.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중에서는 압도적인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대생 최초 안타, 홈런 등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정은원 역시 올 시즌 잠재력을 터뜨리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60경기 타율 3할1리(216타수 65안타) 3홈런 17타점 OPS .868로 2루수 중 OPS 1위를 기록중이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 발탁이 기대됐던 선수들이지만 최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투수에서는 김경문 감독이 선발투수만 8명을 뽑는 선택을 하면서 강재민의 자리가 없었고 2루수 정은원은 박민우(NC)와 최주환(SSG)에 밀려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강재민도 어제 보니 참 잘던졌다. 그렇지만 올림픽이 우리가 잘해서 5경기만 하면 좋지만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일정이다. 그래서 투수들을 짧게 짧게 활용할 생각이다”라고 강재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팬들이 듣기에는 “짧게 짧게 투수를 활용할 생각”이라는 설명이 오히려 왜 최고의 불펜투수 중 한 명인 강재민을 뽑지 않았는지에 대한 더 큰 의문으로 돌아왔다.
김경문 감독의 의도는 김시진 기술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김시진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고척돔을 찾아 “지금 KBO리그를 보면 6회를 넘게 던지는 국내 선발투수가 거의 없다. 보통 5회, 길어야 6회를 던지고 내려간다. 대표팀에도 6회까지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다. 사실상 1+1 형식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텍사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같은 투수들이 있다면 불펜투수들을 많이 뽑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긴 이닝을 끌어줄 수 있는 선발투수들을 많이 선발했다”라고 선발투수 위주의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즉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류현진(토론토)처럼 홀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가 현재 대표팀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경기에 2명 이상의 선발투수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문 감독의 “짧게 짧게”라는 표현은 불펜투수들을 끊어서 쓴다는 것이 아닌 선발투수들을 3~4이닝 정도로 짧게 끊어갈 것이란 의미다. 한현희(키움), 차우찬(LG) 등 선발과 불펜 경험이 모두 풍부한 전천후 투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순수한 불펜투수는 고우석(LG)과 조상우(키움)만 대표팀에 들어가게 됐다. 두 투수 모두 최근 몇 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군림했고 강력한 구위와 빠른 강속구를 보유한 투수들이다. 강재민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해주고는 있지만 세계 각국의 힘있는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것은 역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가 있는 투수다.
또 올 시즌 사이드암 선발투수들이 강세를 보인 것도 강재민의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 선발투수 위주로 대표팀 투수들을 구성했음에도 한현희, 고영표(KT), 최원준(두산) 등 사이드암 투수만 3명이 대표팀에 포함됐다. 만약 강재민까지 합류하면 10명의 투수 중 4명이 사이드암 투수로 너무 많아지게 된다.
정은원 역시 대표팀 구성상 아쉽게 포함될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가 투수들이 경험이 많지 않아서 내야에서 수비가 견실해야되지 않나 생각했다”라며 내야진 구성에서 수비를 강조했다. 정은원도 수비가 좋은 선수이지만 아무래도 국제대회나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박민우가 더 안정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타격에서도 정은원은 올해 처음 잠재력을 터뜨렸지만 최주환은 오랫동안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 온 타자다. 김경문 감독은 최주환을 대타 1옵션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포지션의 다양성이나 대주자 역할에서는 김혜성(키움)에 밀렸다.
강재민과 정은원은 모두 국가대표로 출전해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이다. 올해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쉬움이 크지만 팬들은 다음 국제대회에서 두 선수가 활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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