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투수 윤대경(27)에게 선발승은 아주 오래 전 기억으로 남아있다. 고교 시절 주로 유격수로 뛰면서 구원투수로 던졌던 그는 2013년 야수로 프로에 입단한 뒤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2015년 삼성 2군 시절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8경기에서 5패만 안고 구원으로 옮겼다.
그 이후 윤대경은 선발 보직에서 멀어져 갔다. 현역 군복무 중에 방출 통보를 받았고, 제대 후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9년 한화와 계약한 뒤 구원으로만 쭉 던졌다. 선발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그에게 갑자기 기회가 왔다. 닉 킹험의 광배근 부상과 국내 선발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윤대경을 선발로 테스트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대전 KIA전 첫 등판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10일 대전 키움전에선 4이닝 무실점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어 16일 대전 롯데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데뷔 첫 5이닝 투구에 성공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개인 최다 67구에 6탈삼진 경기를 펼치며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고,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의 감격을 맛봤다.

경기 후 윤대경은 "제 기억에 선발승은 중학교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선발 전환 3경기 만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마지막 선발승을 거둔 중학교 시절, 윤대경은 퍼펙트 게임의 주인공이었다. 동인천중 3학년 시절이었던 2009년 4월3일 제56회 전국주학선수권대회 지역 예선전에서 상인천중을 상대로 7이닝 10탈삼진 퍼펙트 게임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흘러 우여곡절을 딛고 프로에서 첫 선발승까지 따냈다.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윤대경은 12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4볼넷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 행진 중이다. 선발로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투구수를 49-65-67개로 조금씩 늘려가며 로테이션에 안착할 기세다. 수베로 감독도 "윤대경이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칭찬하고 싶다"며 흡족해했다.
윤대경은 "기회를 주신 수베로 감독님, 많은 관리를 해주신 호세 로사도 코치님과 이동걸 코치님, 항상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케어해주시는 트레이닝 코치님들께도 감사드린다"며 "좋은 수비와 타격으로 도와준 선후배 동료들 덕분에 운 좋게 승리투수가 됐다"고 첫 선발승의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선발 전환한 지 얼마 안 돼 어려운 시기가 곧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겠다.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