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메이저리그 투수처럼 던졌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난 13일 사직 KIA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구원승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신인 좌완 김진욱(19)을 이렇게 극찬했다. 외국인 감독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슈퍼루키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코멘트다.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롯데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진욱은 올해 신인 중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다. 선발로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프로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첫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를 안으며 평균자책점 10.90으로 무너졌다. 조정 차원에서 2군에도 한 번 다녀왔다.

6월부터는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보직을 바꿨다. 지난 13일 KIA전에서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첫 승을 올리는 등 불펜에서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서튼 감독은 "마치 메이저리그 투수처럼 던졌다. 마운드를 점령한 것처럼 자신 있게, 자기 페이스대로 세 가지 구종을 원하는 곳에 넣었다"고 칭찬했다.
16일 대전 한화전 더블헤더 2차전에선 첫 연투에도 나섰다. 3-3 동점으로 맞선 7회 등판한 김진욱은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결승점을 허용했다. 시즌 4패째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9.00으로 치솟았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최고 145km 직구에 110km대 각도 큰 커브가 돋보였다. 우타자 김민하도 김진욱의 원바운드 커브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사 1,2루 위기에서 노시환에게 커브를 맞아 결승타를 허용했지만 낮게 잘 떨어진 공으로 타자가 잘 친 것이었다.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무너지던 초반의 김진욱이 아니다. 서튼 감독은 "많은 어린 선수들이 어느 시점에 있어 경기를 자기 페이스대로 슬로우하게 가져가는 것을 배울 것이다. 그러면 확실하게 성장할 수 있다. 김진욱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그것이 꾸준함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튼 감독은 "경기를 슬로우한다는 것은 마운드에서 감정 컨트롤과 평정심 유지, 경기 중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도 승부처에서 리드 점수를 내줬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계속된 1,2루 위기에서 정진호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같은 날 KIA 좌완 이의리는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도쿄 올림픽 최종 엔트리 24명에 포함되며 태극마크의 꿈을 이뤘다. 광주 SSG전 더블헤더 2차전 선발로도 나선 그는 5⅔이닝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3승(2패)째를 거뒀다. 시즌 전 이의리만큼 또는 이의리보다 더 큰 기대를 받은 김진욱이지만 벌써부터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이제 만 19세, 슈퍼루키 김진욱도 충분히 잘 크고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