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진이 6월 한 달 사이 갑자기 풍족해졌다. 외국인 투수 닉 킹험(30)의 부상 이탈로 구멍난 선발진에 대체로 들어온 윤대경(27)과 김기중(19)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베테랑 장시환(34)도 반등에 성공하면서 한화는 킹험이 돌아왔을 때 누구를 빼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임시방편으로 여겨진 불펜 필승조 윤대경의 선발 전환 성공이 결정적이다. 지난해 1군 데뷔 후 구원으로 고정됐던 그는 킹험의 대체자로 낙점돼 이달부터 선발 투입됐다. 지난 1일 대전 KIA전 3이닝 무실점, 10일 대전 키움전 4이닝 무실점에 이어 16일 대전 롯데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까지 올렸다. 선발 3경기 12이닝 무실점 행진. 갑작스런 보직 변경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선발로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만큼 조금씩 빌드업하는 과정에 있다. 최대 투구수는 아직 67개. 하지만 안정된 제구와 빠른 승부, 체인지업이란 확실한 결정구를 활용해 효율적인 투구를 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윤대경이 선발로서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시즌 끝날 때까지 100구를 던지는 것은 무리다. 선발로서의 피로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 투구수는 90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들어온 신인 좌완 김기중의 성장도 예사롭지 않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쌓던 김기중은 지난 5일 창원 NC전 선발로 1군 데뷔했다. 아직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6.75로 보이는 성적 자체는 좋지 않지만 수베로 감독은 그의 투구 내용에 주목하며 기회를 주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경기를 치르며 배워나가는 중이다. 투구수와 이닝을 늘려가는 단계"라며 "홈런을 맞고 난 뒤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타자에게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 마운드에서 침착하고, 절제된 모습을 유지한다"고 칭찬했다. 앞서 기회를 얻었던 젊은 투수들보다 내용이 훨씬 좋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로 빠르지 않지만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여기에 베테랑 장시환의 페이스가 올라왔다. 지난해 10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재활을 거친 장시환은 시즌 초반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7.94로 흔들렸다. 결국 2군에 내려가 재조정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 30일 1군 복귀 후 갈수록 안정적이다.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 당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20으로 준수하다.
수베로 감독도 "장시환은 구위가 워낙 좋은 선수다.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날은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최근 직구 커맨드가 안정되면서 타자들의 스윙을 끌어내고 있다. 팀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18일 대전 SSG전에도 불펜 난조 탓에 시즌 첫 승리가 날아갔지만 5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6월 들어 윤대경, 김기중, 장시환이 나란히 3경기씩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 3.07을 합작하고 있다. 라이언 카펜터, 김민우와 함께 안정된 5인 선발진을 구축했다. 5월까지 4~5선발들의 집단 부진이 큰 고민이었던 한화는 이제 킹험이 돌아왔을 때 누구를 로테이션에서 빼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지난달 19일 대전 롯데전 이후 광배근 통증으로 이탈한 킹험은 3주 휴식을 취한 뒤 지난주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이달 말 1군 복귀를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복귀 첫 등판에선 2~3이닝 정도 던지며 빌드업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불펜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며 정상 컨디션 회복까지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