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개막 후 세 달 가까이 타격 부진에 빠진터라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고, 서로 대화를 통해 교감을 나눴다. 마음의 부담을 다소 내려놓았을까. 이후 무시무시한 장타를 터뜨리고 있다.
LG 이형종은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류지현 감독을 찾아갔다. 면담 요청. 면담을 요청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 아내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용기 내서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이형종은 류지현 감독에게 ‘경기에 꾸준히 출장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한 타석에서 결과를 보여줘야한다는 심리적으로 타석에서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형종은 11일 대타-12일 선발 출장-13일 대타-15일 선발 출장-16일 대타 출장을 번갈아 했다. 5경기에서 9타수 1안타(타율 .111). 시즌 타율은 2할1푼대로 부진이 계속됐다. LG 외야는 현재 톱타자 홍창기와 4번타자 채은성이 붙박이고, 이형종은 이천웅과 번갈아 출장하고 있다. 최근 햄스트링이 안 좋은 김현수가 지명타자로 줄곧 나서고 있다.

류 감독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팀 상황을 얘기했다”며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형종이가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해줬고, 감독으로서 팀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다른 선수와 형평성을 얘기하며 선수와 교감이 이뤄진 것은 의미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면담 후 이형종은 5경기 연속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다. 17일 키움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그래도 볼넷 2개를 골랐다) 였으나, 18일 KIA전에서 홈런 2방(4타점)을 터뜨렸다.

22일 인천 SSG전, 이형종은 3회 2사 1루에서 좌월 투런 홈런, 5회 1사 1,3루에서 좌중월 스리런 홈런을 잇따라 쏘아올렸다. 프로 데뷔 후 첫 연타석 홈런. 6회 1사 만루에서는 2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때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7타점)까지 세웠다.
이형종은 "지난 주말 경기에서 타격감이 조금 올라왔다고 느꼈다. 일요일에 잘 맞은 타구가 계속 잡혔지만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그 감이 오늘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종은 류 감독과 면담 후 5경기에서 16타수 6안타(타율 .375) 4홈런 6사사구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이 1.125, OPS가 1.670의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면담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서일까. 단기적으로 효과 만점이다.
류지현 감독은 “다른 팀도 면담이 많은 지 모르겠는데, 선수들과 면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형종이가 문을 열고 온 것이 고맙다. 면담 후 결과를 내다보니 팀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다음, 누가 류 감독의 방문을 열고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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