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 후퇴 후 되찾은 주무기와 미소… NC 최다승 투수 생존법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23 08: 04

“변화에 대한 욕구는 언제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잘하는 것을 먼저 찾으려고 했다.”
NC 다이노스의 최다승(69승) 투수인 이재학(31)의 부침은 올해도 이어지는 듯했다. 지난해 19경기 평균자책점 6.55에 불과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아픈 겨울을 딛고 올해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되려 꽃샘추위에 시달렸고 모두에게 실망스러웠던 한파가 계속됐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며 시즌을 맞이했지만 2경기 모두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했다. 2경기 평균자책점 14.09. 7⅔이닝 동안 볼넷이 무려 10개에 달했다. 또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NC 선발 이재학이 마운드 위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rumi@osen.co.kr

그러다 선발진 부상자가 이어졌고 이재학은 다시 기회를 받았다. 지난 16일 KT전 4⅓이닝 5실점 부진. 이재학에게는 생존이 달려 있었다. 그러다 22일, 사직 롯데전 이재학은 드디어 반등에 성공했다. 5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부진의 터널을 마침내 탈출한 호투였다.
경기 후 이재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이 이어졌는데 정말 오랜만에 선발 투수답게 던진 것 같다. 오늘 계기로 반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장을 들어오면서 “무념무상이다”라고 말했지만 조금씩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재학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언제나 ‘투피치 투수’였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두 구종으로 리그를 지배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세 번째 구종 추가, 구체적으로는 슬라이더 장착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선수 스스로는 물론 주위에서도 3구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해 초, 이동욱 감독이 이재학을 선발로 낙점하고 기회를 준 것 역시 슬라이더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슬라이더로 인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가장 잘 던지던 체인지업마저 빛을 잃게 된 것.
이재학은 “슬라이더를 많이 생각하고 던졌는데 체인지업이 많이 무뎌졌고 제구 잡기도 힘들었다. 변화에 대한 욕구는 언제나 있었고 그동안 슬라이더를 추가하려고 했지만 잘 안 돼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하지만 일단 당장 잘하는 것부터 먼저 찾으려고 했다. 잘 던지는 것도 못 던지고 있으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오늘(22일)도 초반 날리는 체인지업이 있었지만 3회부터는 날리는 공들이 줄었다. 그동안 체인지업 릴리스 포인트를 감각을 잃었다. 오늘은 그래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는 공들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슬라이더 장착을 다시 시도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생존을 위한 일 보 후퇴였다. 그러면서 이재학은 미소를 되찾았고 과거 에이스 시절을 연상시키는 투구를 펼쳤다. 그는 “좋아졌을 때 느낌을 찾으려고 했고 다행히 잘 나온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이재학.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 준 가족들을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년 가까이 많이 힘들었고 웃을 일도 많이 없었다. 와이프나 가족들 모두 속상했을 것이다”라면서 “어떻게든 다시 좋아질 수 있게끔 기운을 줬다. 나도 다시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라며 가족들을 등에 업고 다시 반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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