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현재 큰 문제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고민이자 더 좋은 도전의 계기다.”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은 팀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다소 불확실한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행복한 고민들도 하고 있다. 전자는 핵심 필승조들이 이탈한 불펜진이고 후자의 행복한 고민은 내야진에 해당한다.
내야진에서 주전 2루수 안치홍과 3루수 한동희가 빠진 상태이다. 무릎 부상의 안치홍은 부상을 당한지 약 한 달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한동희도 일주일 가량 결장하고 있다.

그러나 두 선수가 모두 빠지고도 롯데 내야진은 두 선수의 공백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백업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자리들을 충실히 채웠다. 주전들을 위협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6월 승률 10승9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일단 두 선수의 복귀가 임박했다. 지난 22일 퓨처스리그 상동 NC전 나란히 선발 출장했다. 부상 이탈 전까지 안치홍은 타율 3할1푼 3홈런 33타점 20득점 OPS .832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팀의 공격 생산력에서 대체불가의 자원이었다. 한동희의 경우 이제는 확고부동한 주전이라고 자신을 어필하기 힘든 상황. 부상 직전 타율 2할4푼 7홈런 30타점 OPS .767의 기록을 남겼다. 부상 직전 슬럼프에 빠졌고 페이스 회복이 더뎠다.
두 선수 모두 코어급 전력이기에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절대적인 기회가 돌아간다는 보장을 하기 힘들다. 두 선수의 자리에 김민수가 치고 올라왔기 때문.
김민수는 2루와 3루를 번갈아가며 맡았다. 2루수 11경기, 3루수 7경기를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두 선수가 생각 나지 않게끔 공백을 채웠다. 6월 팀이 치른 19경기 중 18경기에 나서 타율 3할1푼(71타수 22안타) 2홈런 11타점 9득점 OPS. 835로 활약했다. 김민수의 재발견이었다. 현재 내야진 교통정리의 고민은 김민수가 잠재력을 깨뜨리면서 시작된 고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민수의 임팩트에 미치지 못했지만 배성근, 오윤석, 나승엽 등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전들의 공백을 채워주며 역할을 해냈다. 팀 입장에서는 뎁스가 강화되면서 전력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장시간 분배라는 걸림돌이다. 주전 유격수로 수비에서 대체불가인 딕슨 마차도, 1루수로 리그 최정상급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는 정훈이 버티고 있다. 안치홍, 한동희도 그동안 주전 자리를 지켰던 선수들. 서튼 감독의 고민의 시작점이다.
그는 “행복한 고민이면서 감독인 나에게는 더 좋은 도전의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운을 뗀 뒤 “상대 선발이나 컨디션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라인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용할 수 있는 선수의 폭이 넓어졌기에 감독으로서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전략을 꾀할 수 있다. 체력 안배도 용이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안치홍을 제외하면 모두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 출장 시간과 성장 속도는 비례한다는 철학과 현재 상황은 대척점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출장 시간이 중요하다. 잘하는 선수나 한 선수가 벤치에 안자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계속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현실은 공평하게, 모두가 많은 출장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우리 팀에는 코어 그룹이 있다. 다른 선수들도 중간중간 출장해서 실력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서튼 감독은 또 다른 고민이자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누군가는 교통정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누가 1군에서 제외되더라도 아쉽고 이상하지 않을 현재 롯데 내야진의 구성, 그리고 성장세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