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투척 그 후...서튼은 베테랑 노경은을 다시 믿었다 [부산 톡톡]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06.24 00: 06

사령탑의 교체 지시에 불만을 표출한 행동을 보였다. 항명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외국인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은 베테랑 노경은(37)을 다시 믿었다. 선수는 감독의 믿음에 호투로 응답했다.
롯데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3-7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시즌 26승38패1무로 8위에 등극했다.
이날 롯데는 경기 전 선발 매치업부터 불리했다. NC는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고,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0.64(28이닝 2자책점)에 불과한 드류 루친스키를 상대했다. 롯데는 시즌 평균자책점 7,57에 불과한 노경은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누가봐도 롯데가 불리한 매치였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더불이 지난 5일 수원 KT전, 노경은은 서튼 감독의 투수 교체에 불만을 품었다. 교체 지시를 받고 1루에 공을 강하게 뿌리며 불만을 표시했고 이후 덕아웃으로 돌아오면서도 글러브를 강하게 던지며 자신의 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날 롯데는 1-8로 패했고 노경은은 패전 투수가 됐다. 
이튿날 서튼 감독은 “모든 투수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교체가 된다면 감정적이 될 수 있다. 투수 교체가 되는 상황에서 선수가 실망했다는 것은 싸우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노경은의 제스처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당부와 경고도 잊지 않았다. 당시 그는 “노경은과 오늘 아침에 한 시간 정도 마주보고 얘기를 했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얘기를 했다. 노경은도 나의 생각을 이해했다”면서도 “하지만 감정적인 것은 좋지만 야구도 존중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튼 감독은 노경은을 다시 선발 투수로 기용했다. 이후 노경은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글러브 투척 사건 이후 16일 대전 한화전 5이닝 3실점으로 나름대로 몫을 다했다. 그리고 이날 에이스, 그리고 리그 홈런 1위의 강타선을 상대로 5⅔이닝 96구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1회 정진기에게 불의의 리드오프 홈런으로 일격을 당한 뒤 곧장 안정을 찾았다. 타선의 도움도 있었지만 노경은이 경기를 지탱해준 것이 이날 승리의 초반 포인트였다.
경기 후 서튼 감독 역시 "노경은이 선발 투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잘 버텨줘서 우리 타자들이 루친스키 상대로 많은 득점 낼수 있었고 노경은 선수 덕분에 이길수 있었다"면서 노경은의 공을 칭찬했다. 이어 "우리 타자들이 어제 이어 좋은 분위기 쭉 이어 많은득점 얻을 수 있었다. 오늘 또한 한팀으로서 이긴 경기였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노경은은 "경기 초반 밸런스가 나빠 1회 시작이 안좋았는데 빠른 카운트를 잡는데 집중하고 템포도 의식적으로 빠르게 가져가려 노력했다"라면서 "또 커브 뿐만 아니라 느린 슬라이더, 조금 더 빠른 커터 까지 섞어서 강약 조절을 하려 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개막 로테이션 진입 실패, 뒤늦은 1군 데뷔 후 연이은 부진, 그리고 구설까지. 노경은에게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멘탈을 다잡았고 믿음에 부응했다. 그는 "시즌 초중반 부진으로 인해 자신감도 떨어지고 또 루즈한 분위기에 젖어들어 있었다"라면서 "다시 한 번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마운드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리고 빠른 템포로 던지려 노력하고 있다"고 깨달음을 전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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