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키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는 23일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먼저 방출 당하면서 짐을 쌌다. 프레스턴 터커(KIA)는 타격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갔고, 로베르토 라모스(LG), 조일로 알몬테(KT)도 부진과 부상이 겹쳐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화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29)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메이저리그 통산 69홈런, 2년 연속 25홈런 이상 터뜨린 거포로 신규 외국인 몸값 상한선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했지만 시즌 반환점이 가까워지도록 반등 기미가 없다.
23일까지 시즌 60경기에서 타율 2할5푼6리 58안타 6홈런 32타점 OPS .691에 그치고 있다. 4월 22경기 타율 2할4푼4리 1홈런 OPS .627로 부진할 때는 적응 기간으로 여겨졌다. 5월 18경기에선 타율 3할1푼7리 2홈런 OPS .840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6월에는 확실하게 치고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6월 20경기 타율 2할1푼8리 3홈런 OPS .637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홈런은 늘었지만 5볼넷 19삼진으로 6월 들어 선구안이 다시 무너졌다. 무엇보다 득점권에 너무 약하다. 32타수 3안타로 6월 득점권 타율(.094)이 1할도 되지 않는다. 5~6번 타순에서 흐름을 끊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힐리 관련 질문을 받곤 "휴식일에 데이터를 찾아보며 힐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석을 했다. 스트라이크존을 9개로 나눠보면 7개 구간에서 힐리가 3할3푼 이상을 쳤다. 그런데 고전하는 이유는 존을 벗어난 고에 따라나가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힐리는 강점을 보이고 있다. 선수 본인과 대화를 통해 이 부분을 설명해줬다. 바깥으로 벗어나는 공에 따라나가지 않고 버리면 충분히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존 안의 공들만 공략해도 3할4푼대 타율을 칠 수 있다. 그 정도 할 수 있는 타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힐리의 핫&콜드 존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존 바깥에 벗어난 공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바깥쪽 낮은 공에 타율은 5푼3리에 불과하다. 9개 구역으로 나눈 존 안에서 6개 구단에 3할대 이상을 쳤다. 바깥쪾 낮은 코스도 2할8푼1리로 나쁘지 않다. 나쁜 공에 따라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날 삼성전에도 힐리는 1회부터 2사 만루 찬스에 첫 타석을 맞이했다. 삼성 투수 최채흥은 1~6구 모두 아웃존 코스로 던졌다. 3구째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은 몸쪽 낮은 공은 존을 살짝 걸쳤다. 6구째 결정구는 바깥쪽 낮게 떨어진 체인지업으로 역시 존을 벗어난 공이었는데 힐리의 방망이가 또 따라나왔다.

1회 절호의 기회를 날린 한화는 9회까지 1점도 내지 못한 채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지난 20일 대전 SSG전 4회부터 24이닝 연속 무득점 침묵. 힐리는 22~23일 삼성전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철저히 침묵했다. 4번타자 노시환이 6월 최다 볼넷(19개)으로 집중 견제를 받는 가운데 힐리의 침묵으로 한화 타선의 침체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4연패로 순위는 다시 10위로 내려앉았다. /waw@osen.co.kr